돌고 돈 김광현 23일 선발등판…빅리그 첫 승 ‘정조준’

  • 뉴시스
  • 입력 2020년 8월 22일 06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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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여곡절 끝에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선발진에 합류한 김광현(32)이 빅리그 데뷔 첫 승을 품에 안을 수 있을까.

김광현은 23일 오전 9시15분(한국시간) 미국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의 부시스타디움에서 벌어지는 신시내티 레즈와의 홈 경기에 선발 등판한다.

메이저리그 데뷔 두 번째 선발 등판이다. 홈 구장에서 선발 등판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18일 일리노이주 시카고의 리글리필드에서 벌어진 시카고 컵스와의 원정경기에서 빅리그 선발 데뷔전을 치른 김광현은 3⅔이닝 3피안타(1홈런) 1실점을 기록하고 승패없이 물러났다.

2019시즌을 마치고 세인트루이스와 2년간 최대 1100만달러에 계약하며 미국으로 떠난 김광현은 빅리그 무대에 서기까지, 세인트루이스 선발진에 합류하기까지 우여곡절을 겪었다.

부푼 꿈을 안고 미국으로 떠난 김광현은 2~3월 치른 시범경기에 4차례 등판해 8이닝을 던지며 무실점을 기록, 쾌조의 컨디션을 자랑했다. 김광현의 5선발 경쟁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메이저리그가 시범경기를 전면 중단하면서 김광현의 빅리그 도전에도 제동이 걸렸다.

당초 3월말 개막 예정이었던 메이저리그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개막이 차일피일 미뤄졌다. 김광현의 기다림도 하염없이 길어졌다.

메이저리그 구단들이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시설을 닫는 바람에 미국에 남아 훈련을 이어가기로 한 김광현의 훈련 환경도 녹록치 않았다.

김광현은 3월까지 스프링캠프지인 미국 플로리다주 주피터에 머물며 훈련하다 4월부터는 세인트루이스로 이동했다. 다행히 세인트루이스에서는 팀 내 베테랑 투수 애덤 웨인라이트와 파트너를 이뤄 훈련할 수 있었다.

메이저리그의 7월말 개막이 결정되면서 김광현의 빅리그 데뷔도 눈앞으로 다가왔다.

김광현은 늦은 개막을 앞두고 진행된 서머캠프에서도 쾌조의 컨디션을 뽐냈다.

하지만 5선발 자리는 그의 것이 아니었다. “선발로 뛰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시나리오지만, 팀이 필요한 위치에서 뛰겠다”고 말했던 김광현은 마무리 투수로 시즌을 시작해야했다.

7월말 개막을 앞두고 세인트루이스 마무리 투수 조던 힉스가 코로나19를 우려해 시즌을 포기했다.

잭 플래허티, 웨인라이트, 다코타 허드슨, 마일스 마이컬러스를 1~4선발로 확정한 세인트루이스는 김광현과 5선발 자리를 두고 경쟁하던 카를로스 마르티네스를 5선발로 낙점하고, 김광현을 마무리 투수로 활용하기로 했다.

마무리 경험이 있는 마르티네스가 마무리 투수로 뛸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지만, 세인트루이스는 마르티네스의 선발 의지를 외면하지 못했다.
생소한 위치에서 시즌을 시작하게 된 김광현은 7월25일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와의 개막전에 마무리 투수로 나섰다. 팀이 5-2로 앞선 9회초 등판한 김광현은 1이닝 2피안타 2실점(1자책점)을 기록하고 세이브를 수확했다.

하지만 또 코로나19가 김광현을 막아섰다. 빅리그 첫 등판 이후 세이브 상황이 오지 않아 ‘개점휴업’에 들어갔던 김광현은 소속팀이 코로나19 확진자 발생으로 경기를 치르지 못하면서 함께 멈춰섰다.

세인트루이스는 선수 10명을 포함해 총 18명의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지난달 31일부터 이달 15일까지 경기를 치르지 못했다.

세인트루이스가 경기를 치르지 못하는 동안 선발진에 구멍이 생겼다. 마이컬러스와 마르티네스가 각각 팔꿈치 부상과 코로나19로 부상자명단(IL)에 오른 것.

이에 김광현은 선발 기회를 잡게 됐다. 선발진에 구멍이 생긴 세인트루이스로서는 김광현의 선발 낙점을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KBO리그 최정상급 선발 투수로 활약한 김광현은 스프링캠프를 통해 가능성을 충분히 보여준 터였다.

어렵게 선발진에 합류하게 된 김광현은 18일 컵스전에서 꿈에 그리던 선발 마운드에 서게 됐다.

첫 선발 등판 당시 김광현이 승리까지 노리기에는 다소 어려운 상황이었다. 마이크 실트 세인트루이스 감독은 김광현의 투구수를 60개 안팎으로 정했다. 시즌 도중 마무리 투수에서 선발로 보직을 바꾼데다 휴식기가 워낙 길었기 때문.

타격 훈련 때 쓰는 모자를 잘못 쓸 정도로 긴장감 속에 빅리그 선발 데뷔전을 치렀지만, 김광현은 한정된 투구수 속에서도 선발로서 믿음을 키우는 투구를 선보였다.

수 차례 위기 속에서도 실점을 최소화하며 위기관리 능력을 뽐냈고, 직구와 주무기 슬라이더 뿐 아니라 커브, 체인지업을 고루 던지며 안정적인 제구를 선보였다. 또 과감한 몸쪽 승부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두 번째 등판인 23일 경기에서도 김광현의 투구수가 제한될 수 있다. 그러나 지난 등판보다는 늘어날 전망. 효율적인 투구를 펼친다면 충분히 5이닝까지 버틸 수 있다. 김광현이 지난 등판과 같은 투구를 선보이고, 타선이 힘을 내준다면 승리까지 노려볼 수도 있다.

세인트루이스의 베테랑 포수 야디에르 몰리나가 코로나19를 극복하고 복귀한 것도 김광현에게는 반가운 일이다. 김광현은 지난 등판에서는 맷 위터스와 호흡을 맞췄다.

몰리나는 메이저리그 최고의 포수로 꼽힌다. 9차례 올스타를 경험했고, 9번이나 골든글러브를 수상할 정도로 수비에서 발군이다.

메이저리그에서 신인인 김광현은 대부분이 처음 상대해보는 타자들이다. 경험이 풍부한 몰리나의 노련한 리드가 김광현의 효과적인 투구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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