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인정’까지 5R나 더 남았는데…2020K리그, 공든 탑 무너질라

  • 뉴스1
  • 입력 2020년 8월 24일 10시 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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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전북 전주시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프로축구 하나원큐 K리그1 2020’ 전북 현대와 상주 상무의 경기가 무관중으로 펼쳐지고 있다. 2020.8.23/뉴스1 © News1
23일 전북 전주시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프로축구 하나원큐 K리그1 2020’ 전북 현대와 상주 상무의 경기가 무관중으로 펼쳐지고 있다. 2020.8.23/뉴스1 © News1
지난 5월8일 어렵사리 2020년 K리그가 개막한 이후의 일이다. 한 축구 관계자는 “많은 이들이 관중 입장을 고대하지만 사실 올 시즌의 목표는 ‘유관중’이 아니라 ‘무사완주’”라면서 “축구인의 한 사람이자 축구를 좋아하는 팬으로서, 부디 잘 마무리만 됐으면 좋겠다”는 뜻을 전한 바 있다. 많은 이들의 바람이 비슷했을 것인데, 위태롭다.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는 지난 23일 0시 기준으로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397명 발생했다고 밝혔다. 지난 3월7일 483명 이후 169일 만에 가장 많은 확진자였다. 24일 0시 기준 신규 확진자는 266명이었다. 나흘 만에 200명대로 감소한 것이지만 검사 수가 감소하는 주말 통계치인 만큼 확산 우려 수위는 여전히 높다.

최근 11일간 누적 확진자는 무려 2895명에 이른다. 해외유입을 제외한 지역발생 확진자도 11일간 2764명에 달했다. 최근 2주간 지역 내 일일 확진자 평균은 200명을 넘어선 205명으로 급증했다. 심각한 상태다.

정부는 이미 23일 0시부터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를 전국으로 확대 시행했다. 수도권 등 일부 지역에만 적용하던 조치를 넓힌 것으로 당국은 과거 대구·경북 때 못지않은 수위로 전개될 우려가 크다고 판단하고 있다. 만약 이 상황을 빠르게 제어하지 못할 시 3단계 격상 시기를 앞당겨야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목소리다.

정부도 준비하고 있다. 윤태호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23일 정례브리핑에서 “이번 한 주간에도 상황이 진정되지 않는다면 방역 당국으로서는 3단계 격상까지 검토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3단계로 바뀌면 많은 것이 멈춰 서게 된다. 어렵사리 막을 올린 K리그를 비롯한 프로스포츠도 예외 없다.

서두에 언급했듯 2020년 K리그는 지난 5월8일부터 무관중으로 시즌을 시작했다. 철저한 방역 수칙 속에서 탈 없이 라운드를 소화해 나갔고 다행히 사회 전반적 안정세와 함께 관중 입장도 제한적이나마 허용됐다. K리그는 이달 1일부터 전체 관중석 10%로 관중을 받았고 14일부터는 관중입장을 25%까지 확대했다. 그런데 곧 원점이 됐다.

지난 15일 정부가 서울시와 경기도의 사회적 거리두기를 2단계로 높인다고 발표하면서 K리그도 16일부터 서울과 경기 지역에서 개최되는 경기들을 무관중으로 전환했다. 하지만 곧 범위는 전국의 모든 구단으로 확대됐다. 2단계가 아닌 연고지 팀들도 안전을 고려해 무관중으로 전환했고 선수들은 다시 텅 빈 경기장에서 플레이해야했다.

무관중으로 돌아간 것에 대한 현장의 아쉬움은 크다. 한 관계자는 “단 10%만이라도 관중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은 엄청난 차이다. 썰렁한 경기장에 있다 보면 아주 묘한 감정이 든다. 허전함을 넘어 우울한 감정까지 들 정도”라면서 “새삼 팬들과 함께 하는 축구의 소중함을 깨닫게 됐다”는 뜻을 전했다. 그러나 이젠 축구를 ‘하고 보는’ 기쁨마저도 사라질 위기다.

만약 사회적 거리두기가 3단계로 격상되면 K리그는 중단될 수밖에 없다. 프로축구연맹 관계자는 “거리두기가 3단계로 강화되면 중대본 방역 지침에 따라 해당지역에서는 경기 개최가 불가능하다”면서 “해당 지역에 연고를 둔 팀들의 홈 경기만 연기할 것인지 리그 전체 운영을 고민할 것인지,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직 벌어지지 않은 일이기에 말을 아꼈으나 3단계면 전체 중단 가능성이 크다. 관계자는 “일부 지역만 일정을 조정해서 리그를 지속하면 좋겠으나. 아마 잠정 중단하는 형태가 되지 않을까 싶다”고 괴로움을 표한 뒤 “촉각을 곤두세우고 여러 가능성을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

K리그1 22라운드, K리그2는 18라운드를 치르지 못한 상태에서 리그가 종료된 경우에 ‘리그 불성립’으로 간주해 우승팀과 순위 등을 가리지 않는다. ACL 진출팀은 추후 기준을 마련해야하고 승강팀도 경우에 따라 셈법이 다르다. ‘리그 불성립’이면 잡음이 나올 수밖에 없다. 2020 K리그1은 23일 주말까지 17라운드를 완료했다. 아직 5번의 라운드, 일자로는 한 달 가량을 더 달려야 시즌이 인정되는데 상황이 불안하다.

전 세계의 부러움 속에서 시작했고 다행히 내부적으로는 불미스러운 일 없이 잘 진행해왔다. 프로연맹, 각 구단, 선수들 그리고 팬들 모두 최선을 다한 덕분이다. 뚜껑을 열고 보니 경기력 적으로 흥밋거리가 많아 지켜보는 맛도 쏠쏠 했는데 축구적으로 어찌할 수 없는 위기가 찾아오고 있다. 그저 ‘공든 탑’이 무너지지 않길 바랄 뿐이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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