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배구 컵대회 포지션 실험 한창
라이트로 옮겨 수비 부담 줄었지만
가능하다면 서브 리시브에는 가담
한국전력 러셀은 반대로 레프트행
프로배구 정규시즌 개막을 앞두고 열리는 컵 대회는 비시즌 동안 어느 팀이 땀을 많이 흘렸는지 비교하는 자리다. 특히 선수가 포지션을 바꾼 경우에는 새 자리에서의 역량을 테스트해볼 좋은 기회다.
충북 제천체육관에서 열리고 있는 2020 제천·MG새마을금고컵 프로배구대회에 출전하고 있는 선수 가운데 시즌을 앞두고 포지션을 바꾼 대표 주자는 우리카드 나경복(26)이다. 2015∼2016시즌 데뷔 이후 줄곧 레프트로 뛰었던 그는 이번 대회부터 라이트로 나섰다.
한국전력 외국인 선수 러셀(27)은 반대다. 최근 세 시즌 동안 독일과 프랑스에서 라이트를 맡았지만 이번에는 레프트로 출전하고 있다. 한국전력은 자유계약선수(FA) 시장에서 라이트 박철우(35)를 영입했기 때문에 외국인 선수가 레프트를 맡아야 하는 상황이다.
레프트와 라이트는 ‘날개 공격수’라는 이름으로 한데 묶이기도 하지만 코트에서 담당하는 임무의 차이는 꽤 크다. 레프트는 수비 전문 리베로와 함께 서브 리시브 및 수비까지 책임져야 하는 반면 라이트는 공격에만 집중하면 된다. 이런 이유로 해외에서는 주공격 위치를 의미하는 레프트, 라이트를 각각 아웃사이드 히터, 오포지트(Opposite·로테이션 순서상 세터와 반대에 선다는 뜻) 스파이커라고 부른다.
하지만 ‘라이트 나경복’은 ‘4인 서브 리시브 체제’를 준비하는 우리카드 신영철 감독의 계획에 따라 보통의 라이트와 달리 서브 리시브에도 가담할 계획이다. 신 감독은 “나경복도 자기 정면으로 날아오는 서브 정도는 받아줘야 한다는 뜻”이라며 “4인 리시브 체제를 구축해야 더 빠르고 정교한 배구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포지션 변경 후 첫 2경기에서 평균 28.5득점(공격 성공률 58.1%)을 기록한 나경복은 “확실히 리시브 책임 범위가 줄면서 더 여유 있게 공격 스텝을 밟을 수 있게 됐다”면서 “수비 부담이 줄어든 만큼 블로킹과 서브에 좀 더 신경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러셀은 한국 무대 데뷔전이던 23일 상무와의 경기 때 1세트 2-5로 뒤진 상황에서 리시브 불안을 이유로 교체되어 나온 뒤 다시 코트를 밟지 못했다. 그러나 OK저축은행과 맞붙은 25일 2차전에서는 양 팀 최다인 32점(공격 성공률 70%)을 올리면서 새로운 포지션에 적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국전력 장병철 감독은 “깜짝 놀랐다. 이렇게만 해준다면 정규시즌도 기대해 볼 만하다”며 미소를 지었다. 그러나 2차전 때도 러셀의 리시브 성공률은 6.7%에 불과했다. 이에 대해 러셀은 “레프트로 선수 생활을 시작해 7년간 뛰었다. 오랫동안 레프트로 뛴 경험이 있기에 훈련을 더 하면 안정적으로 바뀌지 않을까 생각한다”면서 “상대가 서브 리시브가 아직 불안한 나를 집중 공략한다는 걸 알고 있다. 이 도전을 즐겁게 받아들이고 팀이 이기는 데 도움이 되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한편 현대캐피탈(2승 1패)은 26일 열린 A조 3차전에서 KB손해보험(3패)을 3-1(19-25, 25-19, 25-22, 25-20)로 꺾고 준결승에 진출했다. 같은 조 대한항공(3승)은 삼성화재(1승 2패)를 3-0(25-13, 25-23, 25-19)으로 누르고 준결승에 합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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