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S오픈 크위아트코스키 3-1 제압… 이형택-정현 이어 3번째 쾌거
2회전 상대는 강적 샤포발로프 “낯선 왼손 서브 잘 대응해야”
매치포인트만 남겨둔 4세트. 권순우(23)는 타이손 크위아트코스키(25·미국) 쪽 코트의 왼쪽 구석을 향해 깊숙한 스트로크를 날렸다. 필사적인 상대 수비로 마침표를 찍지는 못했지만 다음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이번에는 방향을 정반대로 바꿔 상대 오른쪽 베이스라인 부근으로 공을 보냈다. 권순우는 크위아트코스키가 공을 받아내지 못한 것을 확인하고는 주먹을 불끈 쥐며 환호했다. 생애 처음으로 메이저 무대에서 승리를 따낸 순간이었다.
세계랭킹 73위 권순우가 4전 5기 끝에 메이저대회 본선 첫 승을 거뒀다. 권순우는 1일 미국 뉴욕 빌리 진 킹 내셔널 테니스센터에서 개막한 US오픈 테니스대회 남자 단식 본선 1회전에서 세계랭킹 187위 크위아트코스키를 상대로 2시간 50분의 접전 끝에 3-1(3-6, 7-6<7-4>, 6-1, 6-2)로 역전승을 거뒀다.
2018년 호주오픈 등 앞선 네 차례 메이저대회 단식 본선에서 모두 패했던 권순우는 처음으로 2회전에 올랐다. 2000년 US오픈의 이형택(44·은퇴), 2015년 US오픈에서의 정현(24)에 이어 한국 남자 선수로는 세 번째로 메이저대회 본선에서 승리한 선수가 됐다. 권순우는 “경기 내용에는 100% 만족하지 못한다”면서도 “그동안 메이저대회에서 체력 때문에 패배했는데 오늘은 체력으로 이겨내 기쁘다”고 말했다.
권순우는 이날 경기 초반에는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다. 크위아트코스키의 강한 서브를 제대로 리턴하지 못하면서 고전했다. 1세트를 패한 뒤 2세트 게임스코어 4-4에서 자신의 서브게임을 내주며 위기에 몰렸다. 하지만 집중력을 발휘한 권순우는 4-5로 뒤진 상황에서 처음으로 상대 서브게임을 브레이크한 뒤 타이브레이크 끝에 세트 스코어 1-1을 만들며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흐름을 가져온 권순우는 탄탄한 체력을 앞세워 3, 4세트를 내리 따냈다. 임규태 코치는 “초반에 너무 긴장해 생각했던 플레이를 하지 못했다. 2세트 위기에서 브레이크를 해내면서 자기 페이스를 되찾았다”고 분석했다.
이날 권순우는 서브에이스에서 3-11로 열세를 보였지만 위닝샷에서 51-33으로 앞서며 스트로크 싸움에서 밀리지 않은 게 승인이었다.
권순우는 3일 세계랭킹 17위 데니스 샤포발로프(21·캐나다)를 상대로 2회전을 치른다. 남자프로테니스(ATP)투어 대회 우승을 한 차례 차지한 왼손잡이 샤포발로프는 2017년 US오픈 16강에 진출한 바 있다. 손승리 해설위원은 “낯설 수 있는 왼손 서브를 잘 받아낼 준비를 하고, 샤포발로프 서브게임에서 손쉬운 3구째 공격을 당하지 않도록 리턴에 집중해야 한다”며 “권순우가 자신의 서브게임을 철저히 지킬 때 승산이 충분히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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