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 마이애미전 6이닝 1실점, 팀 연패 끊고 3승… ERA 2.72로
잇단 주루-견제사에 실책도 겹쳐, 도움 못 받았지만 스스로 헤쳐가
“동료들도 잘해보려다 그리 된 것”
“수비 믿고 던지면 안 되지. ‘내가 이 타자를 무조건 삼진으로 잡아야 한다’ 이런 생각으로 네가 잡아야지.”
‘블루 몬스터’ 류현진(33·토론토)은 KBO리그 한화에 몸담고 있던 2012년 한 TV 프로그램에 출연해 ‘강타자를 상대할 때는 동료들을 믿고 던진다’는 초등학생 야구부 선수에게 ‘그러면 안 된다’면서 이렇게 조언했다. 당시 약체였던 한화의 동료들로부터 별 도움을 받지 못하는 자신의 현실을 담은 발언이었다.
메이저리그 취재진 눈에도 류현진의 이런 심정이 보이는가 보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에서 운영하는 ‘MLB닷컴’에서 토론토 담당을 맡고 있는 키건 매더슨 기자는 류현진이 시즌 세 번째 승리를 따낸 3일 마이애미 방문경기를 이렇게 총평했다. “류현진이 대걸레와 양동이를 손에 들고 자기 등 뒤에다 동료들이 만든 난장판을 거의 다 깨끗하게 치웠다.”
류현진은 이날 6이닝 동안 안타 5개와 볼넷 2개를 허용했지만 삼진 8개를 잡아내며 1점만 내줬다. 5회말 수비 때 2사 이후 연속 3안타를 맞은 게 옥에 티였다. 류현진의 시즌 평균 자책점은 2.92에서 2.72로 내려갔다.
류현진은 공 99개를 던진 뒤 팀이 2-1로 앞선 7회말 마운드에서 내려왔다. 그 뒤로 타자들은 1점도 추가하지 못했지만 구원진이 마이애미 타선을 무실점으로 막았다. 결국 2-1로 경기가 끝나면서 류현진은 팀의 2연패를 끊고 시즌 3승(1패)째를 기록했다.
캐나다 매체 ‘스포츠넷’은 이날 경기 소식을 전하면서 “토론토 선수단이 이해할 수 없는 실수를 너무 많이 저질렀다”고 평했다. 특히 조너선 비야르가 심했다. 비야르는 1회초 공격 때 좌전 안타를 친 뒤 무리한 주루플레이로 2루까지 내달렸다가 ‘여유 있게’ 아웃당했다. 2회말 수비 때는 무사 1루 상황에서 병살타성 땅볼 타구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실책을 저지르며 무사 1, 2루 위기를 만들었다. 비야르는 3루 주자로 나가 있던 4회초 2사 1, 3루 상황에서도 포수 견제에 아웃당하면서 찬스를 무산시키기도 했다.
비야르뿐만이 아니다. 5회초에 결승 2점 홈런을 날린 로우데스 구리엘 주니어 역시 2회초 공격 때 포수 견제사를 당했다. 이날 류현진이 마운드에 있는 동안 토론토 타선이 득점권 찬스를 만든 건 비야르가 견제사를 당한 4회초 2사 1, 3루 상황 딱 한 번뿐이었다. 매더슨 기자는 “토론토 선수단 절반 정도는 류현진에게 저녁을 사야 할 것”이라며 팀원들 실수를 이겨내고 호투를 선보인 류현진을 치켜세웠다.
그러나 류현진은 “동료들이 일부러 그런 게 아니라 잘해보려고 노력하다가 그렇게 된 것”이라면서 “선발 투수가 어떻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라며 대인배 면모를 보였다. 그 대신 “(구단에서 트레이드를 통해 공격적으로 전력을 보강한 건) 좋은 징조다. 선수들도 하루하루 매 경기 이기려고 준비해야 한다”며 동료 선수들에게 책임감을 주문했다. 이런 주문 역시 매더슨 기자가 기사 제목에서 쓴 것처럼 ‘마땅히 에이스가 해야 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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