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프로야구에서는 감독이 항의하다 퇴장당한 팀의 승률이 100%다. 이 결과만 놓고 보면 퇴장을 무릅쓰고 항의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지가 될 듯하다.
지난 10일 창원NC파크에서 열린 2020 신한은행 SOL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 NC 다이노스의 시즌 8차전. 허문회 롯데 감독의 퇴장 속에 롯데가 NC를 7-5로 꺾었다.
허문회 감독은 비디오판독 결과에 항의하다 퇴장을 당했다. 4-2로 앞선 9회말 무사 2루에서 박민우의 2루타가 나오자 비디오판독이 진행됐고, 원심 세이프가 유지됐다. 이에 허문회 감독이 덕아웃을 박차고 나와 항의, 규정대로 퇴장 조처됐다.
한국야구위원회(KBO)에 따르면 판독센터에서는 원심을 뒤집을 근거를 발견하지 못했다는 설명을 내놨다. 그러나 중계화면상으론 롯데가 충분히 아쉬움을 느낄 만했다. 유격수 마차도의 글러브가 박민우의 몸을 태그하고 있는 동안 박민우의 다리가 잠시 베이스에서 떨어지는 모습이 보였기 때문이다.
결국 롯데는 계속된 무사 2루 위기에서 동점을 허용하며 연장전을 치러야 했다. 10회초 나온 김준태의 3타점 2루타에 힘입어 7-5로 승리했지만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겼다. 허문회 감독은 덕아웃을 떠나 팀의 연장승을 지켜봐야 했다.
이날 허문회 감독은 올 시즌 4호 감독 퇴장 사례로 기록됐다. 공교롭게도 올 시즌 비디오판독 결과에 항의하다 감독이 퇴장당한 3차례는 모두 해당 팀이 승리를 가져갔다. 정확한 인과관계를 밝혀내긴 어렵지만, 감독의 퇴장이 선수들의 집중력을 높였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1호 퇴장은 5월14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 롯데의 경기에서 나온 김태형 두산 감독이다. 두산이 0-2로 뒤진 2회초 최주환이 헛스윙 삼진을 당하자 비디오판독이 진행됐다. 결과는 원심 유지. 그러자 김태형 감독은 퇴장을 각오하고 항의, 덕아웃을 떠났다. 심판이 포수에게 바운드 여부를 묻는 장면으로 큰 논란을 불러일으킨 경기였다.
김태형 감독의 퇴장 이후 두산은 곧바로 2-2 동점을 만든 뒤 결국 7-4로 역전승을 따냈다. 경기 초반 감독이 퇴장당했지만 두산 선수들은 똘똘 뭉쳐 승리를 일궈냈다.
2호 퇴장은 7월1일 창원 롯데-NC전에서 나왔다. 허문회 롯데 감독이 7회말 마운드 방문 횟수 위반으로 퇴장당했다. NC 모창민의 타석에 노병오 투수코치가 두 차례 마운드에 올라간 것이 이유. 항의와는 관련 없는, 단순히 어이없는 퇴장이었다. 경기 결과는 롯데의 2-6 패배.
8월23일 고척 KIA-키움에는 3호 감독 퇴장이 나왔다. 주인공은 맷 윌리엄스 KIA 감독. KIA가 6-5로 앞선 8회말 키움의 공격 2사 1,3루 상황에서 김명찬의 폭투 때 3루 주자 김웅빈이 홈을 파고들다 아웃됐다. 그러나 비디오판독 결과 세이프로 번복돼 6-6 동점이 됐다. 김명찬의 오른발이 홈 플레이트를 막았다는 게 이유였다.
문제는 판독 제한 시간 3분이 지난 뒤 번복 결정이 나왔다는 점. 비디오 판독은 3분 안에 번복 근거를 발견하지 못할 경우 원심을 유지한다. 하지만 이날은 3분이 지난 뒤에 번복 결정이 나왔다. 윌리엄스 감독은 손가락 3개(3분)를 펴 보이며 항의한 뒤 퇴장당했고, KIA는 9회초 2점을 뽑으며 ‘분노’의 8-7 승리를 거뒀다.
승부처에서 나온 감독의 퇴장이 승리로 이어졌다는 점과 함께 비디오판독 결과가 논란을 낳았다는 점도 3차례의 공통점이다. 억울할 수 있었던 팀이 승리하면서 논란이 더 크게 번지지 않은 점이 씁쓸함을 남긴다.
◇2020년 프로야구 감독 퇴장 사례
1. 5월14일 사직 두산-롯데전 김태형 두산 감독(비디오판독 결과 항의) : 두산 7-4 승
2. 7월1일 창원 롯데-NC전 허문회 롯데 감독(마운드 방문 횟수 위반) : 롯데 2-6 패
3. 8월23일 고척 KIA-키움전 맷 윌리엄스 KIA 감독(비디오판독 결과 항의) : KIA 8-7 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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