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선홍과 갑자기 결별한 대전의 강수, 묘수였을까 악수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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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년 9월 11일 14시 35분


황선홍 대전하나시티즌 감독이 갑작스럽게 사령탑 자리에서 물러났다. 취임 8개월 만이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 뉴스1
황선홍 대전하나시티즌 감독이 갑작스럽게 사령탑 자리에서 물러났다. 취임 8개월 만이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 뉴스1
황선홍 감독과 결별을 택한 대전하나시티즌의 결정은 분명 강수였다. 예상치 못한 타이밍이었고 파격적인 결단이었다. 그 선택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 것인지는 지켜봐야할 일이다. 적절한 묘수였는지 무리한 악수였는지, 일단 다가오는 경기가 중요하다.

대전이 오는 13일 오후 4시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제주유나이티드와 ‘하나원큐 K리그2 2020’ 19라운드 원정경기를 갖는다. 다양한 의미에서 아주 중요한 승부처다.

최근 4경기에서 3무1패로 부진하던 대전은 지난 라운드에서 부천FC를 1-0으로 꺾고 다시 선두권 경쟁으로 뛰어들었다. 18라운드 현재 대전은 8승6무4패 승점 30점으로 3위를 달리고 있다. 그리고 제주는 10승5무3패 리그 선두다. 대전이 이기면 선두 경쟁은 다시 안갯속으로 들어갈 수 있다.

부천전이 끝난 뒤 ‘당시 사령탑’ 황선홍 감독은 “다음 라운드 제주와의 경기가 정말 중요하다. 선두권 싸움에 불을 붙이려면 반드시 이겨야 한다”고 전의를 불태웠다. 그만큼 단단히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출사표를 던지던 수장이 사라졌다.

대전 구단은 지난 8일 황선홍 감독과의 결별을 알렸다. 구단 측은 “지난 6일 부천과의 홈경기(1-0 승)를 마친 후 황 감독이 사임 의사를 밝혔고 구단과 상의 끝에 지휘봉을 내려놓게 됐다”고 설명했다.

워낙 예상치 못한 타이밍에 나온 발표였기에 말이 무성하게 피어났다. 내부적으로 현재 성적을 탐탁지 않게 보고 있다는 소문이 들리기는 했으나 그래도 결별을 택할 줄은 몰랐다. 공식적으로는 ‘사임’이었으나 황 감독이 스스로 떠났다고 보는 시선은 그리 많지 않다.

황 감독 스스로 “초대 감독으로 부임하게 돼 영광이다. 좋은 선례를 남겨야한다”며 큰 사명감을 지니고 있었다. 언급했듯 직전 라운드가 끝난 뒤에는 “제주전을 철저히 준비하겠다”고 했으니 스스로 물러났다는 것은 앞뒤가 잘 맞지 않는다. 관련, 황 감독 자신은 “세상일에는 그러려니 해야 할 것들도 있다. 다 내가 부족했던 탓”이라고 말을 삼켰다.

의문부호가 많으나 이미 내려진 결정이다. 이 선택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 것인지는 이후 결과들이 설명할 텐데, 당장 첫 경기가 고비다.

제주는 시즌 개막 전부터 가장 강력한 K리그2 우승후보로 꼽힌 팀이다. 3라운드까지 1무2패로 부진해 고개를 갸웃하게 했으나 이내 4연승으로 정상 궤도에 진입했고 8월 이후 4승3무 무패 행진으로 결국 순위표 꼭대기에 올라갔다. 현 시점 K리그2에서 가장 안정된 전력을 보이고 있다는 것에 이견 없다. 대전 입장에서는 호랑이굴에 들어가는 셈이다.

대전도 나름 자신이 있다. 올해 2번 격돌한 제주와의 맞대결에서 모두 승리했다. 5월23일 제주 원정에서 난타전 끝에 3-2로 승리했던 대전은 7월26일 홈경기에서도 2-1로 웃었다. 제주가 기록한 3패 중 2번이 대전전이었다. 대전 입장에서는 좋은 흐름을 잇겠다는 각오인데, 반대로 제주는 빚을 갚으면서 선두 체제를 공고히 하겠다는 자세다.

대전은 일단 임시 체제로 제주전에 나설 계획이다. 구단 측은 “오는 13일 열리는 19라운드 제주전부터는 강철 수석코치가 팀을 지휘할 예정”이라고 알리면서 동시에 “대전은 빠른 시일 내에 후임 감독을 물색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강철 수석코치 체제가 길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 축구판의 공공연한 비밀이고 자연스레 벤치도 선수들도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승점 6점’ 매치에서 선두 제주를 잡지 못한다면 우승의 꿈은 멀어질 수밖에 없다. 어지러워질 것을 감수하고 내린 구단의 선택은 어떤 결과를 가져올까. 기본적으로 빅매치였던 제주와 대전의 대결이 더 흥미로워졌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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