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현, 밀워키전 7이닝 6K 무실점
빅리그 데뷔후 최다 이닝-탈삼진, 24이닝 연속 비자책… 평균자책 0.63
25이닝 이상 투수중 전체 1위… 첫 5경기 선발선 0.33 역대 2위
‘전설’ 발렌수엘라까지 소환 비교, 경기후 “걱정마, 몸 불편함 못느껴”
구단 트위터 “올해의 신인?” 홍보… 맞상대 린드블럼도 5이닝 무실점
“Don‘t worry(걱정하지 마).”
미국 메이저리그 세인트루이스 왼손 투수 김광현(32)은 15일 밀워키와의 경기 뒤 확신에 찬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5일 신장경색으로 부상자명단(IL)에 등재됐다가 돌아온 그에게 취재진이 화상 인터뷰를 통해 건강 상태를 묻자 이같이 답한 것. 2일 신시내티전 이후 13일 만에 선발 등판한 김광현은 “투구 중에 전혀 불편함을 느끼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김광현의 말대로 모든 걱정을 씻어낸 놀라운 호투였다. 이날 미국 위스콘신주 밀워키 밀러파크에서 열린 밀워키와의 더블헤더 1차전에 선발 등판한 김광현은 7이닝 3피안타 3볼넷 6탈삼진 무실점의 빼어난 피칭을 했다. 빅리그 데뷔 이후 한 경기에서 가장 많은 이닝을 소화했고, 가장 많은 탈삼진을 기록했다.
승리만 없었을 뿐 아쉬움이 없는 경기였다. 7회까지 0-0 무승부를 이어가던 세인트루이스는 김광현이 마운드를 내려온 뒤인 8회 연장 승부치기 끝에 1-2 역전 끝내기로 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60경기 체제로 단축된 올 시즌 더블헤더는 7이닝 경기로 치른다.
선발 전환 후 호투를 이어가고 있는 김광현은 24이닝 연속 비자책점 기록을 이어가며 시즌 평균자책점을 0.83에서 0.63으로 낮췄다. 규정 이닝을 채우진 못했지만 리그 최정상급 수준이다. 25이닝 이상을 소화한 투수를 기준으로 할 경우 전체 1위다. 아메리칸리그 사이영상 후보로 꼽히는 클리블랜드 셰인 비버(25)보다 좋은 기록이다. 비버는 64와 3분의 2이닝 동안 평균자책점 1.53을 기록하고 있다.
각종 의미 있는 기록도 이어가고 있다. 미국 스포츠 전문매체 ESPN은 “김광현이 오늘 7이닝 무실점 투구로 첫 5경기 선발 등판에서 평균자책점 0.33을 기록했다. 이는 평균자책점을 공식 집계한 1913년 이후 역대 2위 기록”이라고 소개했다. 1981년 LA 다저스의 페르난도 발렌수엘라가 기록한 0.20에 이어 두 번째로 뛰어난 기록이다. 세인트루이스 영구 결번의 주인공 밥 깁슨도 소환됐다. 1968년 깁슨 이후 세인트루이스 투수로는 처음으로 김광현이 선발 4경기 연속 5이닝 이상을 소화하며 자책점을 기록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세인트루이스는 트위터를 통해 ‘올해의 신인(Rookie of the year)?’이라고 김광현을 소개하기도 했다. 김광현에 이어 더블헤더 2차전 선발로 나서 6이닝 2실점으로 호투한 대니얼 폰스 데이리온은 “김광현이 이닝을 마칠 때마다 클럽하우스의 같은 자리에 앉아있는 걸 봤다. (그 기를 받기 위해) 나도 쉴 때마다 같은 자리에 앉았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메이저리그 통계 사이트 브룩스베이스볼에 따르면 김광현은 이날 포심 패스트볼 45개, 슬라이더 25개, 커브 13개, 체인지업 4개를 던졌다. 패스트볼 최고 구속은 시속 92.6마일(약 149km)을 기록했다.
한편 같은 KBO리그 최우수선수(MVP) 출신으로 이날 김광현과 선발 맞대결을 펼쳤던 밀워키 조시 린드블럼(33·사진)도 5이닝 3피안타 무사사구 6탈삼진 무실점 호투를 했다. 역시 승패를 기록하진 못했지만 평균자책점을 6.06에서 5.26으로 낮췄다. 경기 뒤 김광현은 “린드블럼도, 나도 오늘 좋은 공을 던졌다. 오늘은 멋진 날이다. KBO리그에서 메이저리그로 오는 다른 선수들도 좋은 활약을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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