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경기 용인 삼성트레이닝센터에서 만난 프로농구 삼성의 이상민 감독(가운데)과 가드 김진영, 김광철, 이호현,
이동엽(왼쪽부터). ‘컴퓨터 가드’로 불렸던 이 감독은 주전 포인트가드 낙점을 위해 자신의 노하우를 전수하며 4명을 경쟁시키고
있다. 용인=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제 노하우를 남김없이 가져가면 좋겠어요.”
한국 농구 최고의 포인트가드로 통했던 ‘컴퓨터 가드’ 이상민 삼성 감독(48)은 2020~2021 시즌을 앞두고 큰 숙제에 부딪혔다. 지난 시즌 도움 3위였던 가드 천기범이 상무에 입대하면서 공격의 실타래를 풀 포인트가드 자리가 비게 됐기 때문. 두경민(DB), 김선형(SK), 허훈(KT), 김낙현(전자랜드), 김시래(LG) 등 많은 구단이 확실한 포인트가드를 보유하고 있기에 공백은 더 크게 느껴진다.
이 감독은 김광철(26), 이동엽(26), 이호현(28), 김진영(22) 등 4명의 후보를 경쟁시키면서 이들의 능력을 향상시키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17일 경기 용인 삼성트레이닝센터(STC)에서 만난 이 감독은 “각자 스타일이 확연히 다르다. 마음 같아서는 4명을 합쳐놓고 싶다. 일단 마음껏 해보라고 주문하고 있다. 그러면서 각자의 특색에 맞게 맞춤형 노하우를 알려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감독이 강조하는 부분은 포인트가드의 필수 조건인 넓은 시야 확보다. 그는 “포인트 가드들이 공을 잡자마자 전체적으로 앞을 보지 않은 채 드리블을 먼저 하는 경향이 있다”며 “나는 현역 시절 패스를 받기 전에 내 뒤에 수비가 어떻게 있는지 항상 고개를 돌려 확인했다. 그러다보니 그 다음 플레이가 용이했다. 공을 받자마자 무조건 드리블을 하면 공격 옵션을 2개 할 게 1개로 줄어든다”며 “공을 받기 전부터 상대 수비 위치 등을 확인하면 선택지가 늘어난다”고 말했다.
이 감독의 새 시즌 목표 가운데 하나는 ‘14초 이내의 빠른 공격’이다. 되도록 수비 리바운드에 이은 속공이 많아질 수 있도록 포인트가드 4명의 리바운드 참여가 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지공을 할 경우에도 포인트가드들이 소극적인 동작으로 시간을 지연시키지 않도록 주문하고 있다. 이 감독은 “가드가 림을 쳐다보지 않으면 코트 시야가 좁아진다. 수비를 등지고 돌아서서 패스를 받아줄 동료가 오기까지 기다리는 플레이로는 효과적인 공격을 펼칠 수 없다”고 조언했다.
‘컴퓨터 가드’의 지도 아래 4명은 경쟁을 기회로 받아들이고 있다. 김광철은 “잃을 게 없다는 마음으로 나설 것이다. 출전 시간부터 늘려가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이호근 전 삼성생명 감독의 아들인 이동엽은 “공간을 넓게 쓰는데 집중하고 있다. 포인트가드로는 큰 키(193cm)도 활용하고 싶다”이라고 했다. 일반 부대에서 군 복무를 마치고 복귀한 이호현은 “경쟁을 즐기고 있다. 54경기에 전부 나오고 싶다”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김유택 전 중앙대 감독의 아들 김진영도 “포인트가드를 해보니 완급 조절이 중요하다는 걸 절감하고 있다. 다른 팀 포인트가드와 견줘도 자신 있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의지를 보였다. 이 감독은 “20일 개막하는 KBL컵 대회부터 4명을 상대에 따라 고루 기용하며 실전 테스트를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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