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최다 5명 프로 배출한 세광고 “선수들 꿈 키우는 ‘프로사관학교’ 될 것”[김배중 기자의 핫코너]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9월 22일 11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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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2차 신인 드래프트로 1차 포함 총 118명의 행선지가 확정된 21일. 청주 세광고 야구부의 김용선 감독은 신인지명 중계화면을 보며 함박웃음을 짓고 있었다. 이날 세광고 3학년 재학생 3명, 졸업생 2명 등 5명이 프로 구단의 지명을 받았기 때문이다. 김유신(KIA·6순위), 김선기(키움·8순위), 김형준(NC·9순위), 조병규(키움·68순위) 4명이 지명된 ‘2018 KBO 신인 드래프트’를 넘는 세광고 사상 최고 성적이었다.

21일 열린 프로야구 2차 신인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5순위에 지명된 세광고 졸업선수 권동진(원광대). 올 시즌 대학리그에서 타율 0.389의 고타율을 자랑하는 권동진은 타격만큼은 프로에서도 통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세광고 제공
21일 열린 프로야구 2차 신인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5순위에 지명된 세광고 졸업선수 권동진(원광대). 올 시즌 대학리그에서 타율 0.389의 고타율을 자랑하는 권동진은 타격만큼은 프로에서도 통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세광고 제공

전체 79순위로 키움에 지명된 세광고 졸업선수 정연제(한일장신대). 세광고 제공
전체 79순위로 키움에 지명된 세광고 졸업선수 정연제(한일장신대). 세광고 제공

전체 7순위로 LG에 지명된 이영빈과 18순위, 28순위로 SK에 나란히 지명된 고명준과 조병현(왼쪽부터). 세광고 제공
전체 7순위로 LG에 지명된 이영빈과 18순위, 28순위로 SK에 나란히 지명된 고명준과 조병현(왼쪽부터). 세광고 제공

이날 세광고 출신들의 이름은 드래프트 초반부터 후반부까지 여러 번 불렸다. 1라운드 5순위 지명권을 가진 KT가 권동진(원광대·세광고 졸업생)을 호명한 이후 7순위 지명권을 가진 LG가 이영빈을 지명했고, 올 시즌 9위로 추락해 반등의 계기를 마련해야했던 SK는 상위인 2, 3라운드에서 고명준(18순위), 조병현(28순위)의 이름을 불렀다. 김선기, 윤정현, 조병규 등 여러 명의 세광고 출신 선수를 보유한 키움도 8라운드(79순위)에서 정연제(한일장신대·세광고 졸업생)라는 새 얼굴을 수혈했다. 이날 세광고는 서울고(7명), 광주동성고(6명)에 이어 전국고교 중 세 번째로 많은 프로선수를 배출했다.


수도권과 달리 선수 수급이 힘든 지방 고교에서 거둔 값진 성과다. 더군다나 황금사자기, 청룡기, 대통령배, 봉황기, 협회장기 등 주요 전국대회 우승경험이 많은 야구명문들과 달리 세광고의 전국대회 우승 경험은 KBO리그 역대 최다승(210승)을 거둔 송진우 한화 투수코치가 원맨쇼를 펼친 ‘1982년 황금사자기’가 유일해 ‘명성’으로 좋은 선수를 끌어 모으기도 쉽지 않은 환경에서 거둔 결과물이다.

제자들 이름 하나 하나 곱씹으며 김 감독은 “각자의 잠재력을 믿었다”고 말했다. 충남 출신의 이영빈(충남중·184cm), 조병현(온양중·182cm)은 중학생 시절 당시만 해도 지역 명문 북일고 입단을 엄두조차 못 낼 정도로 체구가 작았단다. 김 감독은 “키는 작은데 아이들 엉덩이가 위에 있더라. 야구를 정말 예쁘게 하기에 키만 더 크면 더 바랄게 없겠다 생각했다. 아니나 다를까 다리가 기니까 상체가 길어지며 키가 쑥쑥 크더라”며 웃었다. 김 감독의 예상대로 고교 진학 후 키가 180cm 넘는 장신이 된 두 선수는 각자의 잠재력을 폭발시키며 팀 내 투타의 핵심으로 세광고의 중흥기를 이끌었다.

김 감독이 가능성 있는 선수들을 찾아 열심히 발품을 판 덕에 2017년 이후 고교야구 주말리그(충청권)에서 4년 연속 우승을 차지한 세광고는 더 많은 기회 속에 기량을 꽃피우고 싶은 선수들이 ‘알고’ 찾아오는 학교로 점차 색깔이 바뀌고 있다.

경기에서 크게 지더라도 선수들 기를 죽이지 않기로 유명한 김 감독의 지도스타일은 ‘Z세대’ 선수들의 성향과도 잘 맞는다. 협회장기 우승팀 덕수고의 정윤진 감독은 “십수 차례 우승하는 동안 이를 축하해주고 기념사진 촬영에도 함께해준 준우승팀은 세광고가 처음이다. 치열하게 경기했고 결과에 깨끗이 승복했다. 신사다운 감독님 밑에서 아이들이 야구도 인성도 잘 배운 것 같다”며 엄지를 치켜세운다.

김 감독은 “하나하나 다 귀한 친구들이다. 오늘(21일) 신인 드래프트 이후에 한 지역 중학교 팀 감독으로부터 ‘프로사관학교네요’라는 말을 처음 들었는데, 뿌듯하고 좋더라. 2학년 중에도 프로선수가 될 자질이 있는 선수들이 4명 이상은 되는 것 같다. 내년에도 함께 웃을 수 있게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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