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흘 쉬는 에이스 데스파이네
쿠바시절부터 익숙해서인지 하루 덜 쉬면 성적 더 좋아
시즌 최다 27경기 167이닝
“팀 첫 14승, 내친걸음 20승”
20일 SK를 상대로 데스파이네(33)가 거둔 시즌 14승은 프로야구 KT에 의미가 남다르다. 20승 투수를 배출한 팀도 많지만 막내 구단 KT로서는 구단 역대 투수 가운데 최다승이기 때문이다. 종전 기록은 지난해 쿠에바스의 13승.
이날 데스파이네는 6이닝 1실점(비자책)으로 구단 최다승 투수 기록을 세웠고, 팀은 파죽지세의 5연승을 달리며 3위까지 치고 올라갔다. 2015년 KBO리그에 합류한 뒤 후반기에 기록한 가장 높은 순위다. 창단 첫 가을 잔치를 꿈꾸는 KT는 ‘턱걸이’ 5위가 아닌 더 높은 곳을 바라보고 있다.
KT의 거침없는 행보를 이끌고 있는 주역은 1선발로 활약 중인 데스파이네다. 쿠바 대표팀 에이스 출신인 데스파이네는 올 시즌 KBO리그에 데뷔해 14승 7패 평균자책점 3.99를 기록하고 있다. 5일을 쉰 뒤 등판하는 웬만한 선발 투수들과 달리 본인이 원해 주로 4일을 쉬고 등판해 일궈낸 성적이다. 데스파이네는 “쿠바에 있던 예전부터 그게 익숙했다. 5일보다 4일을 쉰 뒤 던진 성적이 더 좋다”고 설명한다.
데스파이네의 말은 사실이다. 4일을 쉬고 등판한 19경기에서 12승 3패 평균자책점 3.32로 펄펄 난 데스파이네는 5일을 쉬고 나온 6경기에서는 2승 4패 평균자책점 6.62로 초라해졌다. ‘덜 쉬어야 더 잘하는’ 덕에 KBO리그 선발 중 가장 많은 27경기에 출격해 가장 많은 167이닝을 소화하고 있다.
강철 체력의 비결을 묻자 데스파이네는 “타고난 것 같다. 특별한 건 없다. KT 트레이너들이 워낙 잘 관리해 준다”며 웃었다. 이상국 KT 홍보팀장은 “등판 다음 날에는 홈이든 원정이든 매번 관중석 계단 오르기를 하며 몸을 푼다. 1시간 동안 내야부터 외야까지 쭉 돈다”고 전했다.
KT는 시즌 종료까지 31경기를 남겨두고 있다. 등판 주기가 짧아 앞으로 7번 정도는 더 데스파이네가 마운드에 설 것으로 보인다. 에이스의 상징인 15승은 눈앞이고 ‘특급’을 상징하는 20승도 불가능하지만은 않다. 데스파이네는 “큰 목표 중 하나가 팀의 포스트시즌(PS) 진출이었는데 현실 가능성이 꽤 높아졌다. 이제 개인 목표로 삼았던 18∼20승, 아니 20승을 달성해보고 싶다”고 힘줘 말했다.
KT는 지난 시즌 11승을 거둔 알칸타라(28)를 내보내고 데스파이네를 영입했다. 절치부심한 알칸타라가 두산 유니폼을 입고 7월까지 10연승(1패)을 달리는 동안 데스파이네는 6월에 2승 4패 평균자책점 7.41의 부진을 겪기도 했다. 하지만 좀처럼 지치지 않는 체력으로 어느덧 승수에서도 13승의 알칸타라를 넘어섰다.
이런 데스파이네에게 KT 팬들은 그동안 간판타자 로하스(한국명 노학수)에게만 붙여줬던 한국식 애칭을 지어줬다. 그의 풀네임인 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를 줄인 ‘오대식’. 데스파이네도 팬들의 남다른 사랑을 모를 리 없다. 그는 “애칭이 아주 마음에 든다. 지금까지 잘해 왔던 부분을 유지해 PS 같은 중요한 경기에서 팀에 필요한 역할을 제대로 해내겠다”고 말했다.
에이스가 끌어올린 순위를 KT는 꿋꿋하게 지키고 있다. KT는 23일 롯데와의 경기에서 5회초 터진 장성우의 만루홈런에 힘입어 10-5로 승리했다. KT와 함께 공동 3위인 LG도 SK를 6-2로 꺾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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