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전 ‘꾸준히 톱10에만 들자’는 목표를 세웠거든요. 지금까진 잘 지킨 것 같아 마음이 편해요.”
전화 너머 이소영(23·롯데)의 목소리는 밝았다. 달콤한 휴식기를 마치고 다시 날아오를 준비가 된 듯했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가 한 달여의 휴식기를 마치고 재개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대회 일정이 조정되면서 생긴 여유다. 지난달 16일 끝난 대유위니아 MBN여자오픈 이후 한 달여 만인 25일 사우스링스 영암CC에서 팬텀클래식이 개막한다.
투어 5년 차인 이소영은 그 어느 때보다 달콤한 시즌을 보내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두 번째로 열린 5월 E1 채리티오픈에서 일찌감치 시즌 첫 승(통산 5승)을 수확한 그는 좋은 페이스를 유지하고 있다. 맥콜·용평리조트 오픈 준우승 등 10개 대회에서 톱10에만 8차례 들며 대상 포인트 전체 1위(300점) 자리를 지키고 있다. 257점의 2위 최혜진(21·롯데)과 43점 차다. 이소영은 프로 데뷔 후 짝수 해에 유달리 좋은 성적을 거둔 유쾌한 기억을 올해도 되살리고 있다. 올 시즌 자신의 점수를 매겨 달라고 했더니 그는 “코로나19 사태로 시즌 시작이 늦어지면서 걱정이 많았는데 초반에 우승을 하면서 좋은 경기를 한 것 같다. 90점은 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마지막 홀을 보기로 마무리할 때가 많아서 100점은 주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번 시즌 상승세의 핵심은 눈에 띄게 향상된 퍼팅 능력이다. 지난해 30.66타(46위)였던 라운드당 평균 퍼팅 수가 올해 29.63타(6위)로 무려 1타 넘게 줄었다. 이소영은 “퍼터를 바꾼 것도, 훈련 방법을 바꾼 것도 없는데 좋은 결과가 나와서 나도 놀랐다. 지난해는 짧은 퍼팅이 많았는데 올해는 홀을 지나가는 퍼팅이 많아졌다. 초반 우승으로 자신감이 붙으면서 먼 거리 퍼팅도 부담 없이 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김재열 SBS골프 해설위원은 “5년 차가 되면서 성숙해진 모습이 돋보인다. 버디가 안 나온다고 초조해하기보단 꾸준히 파로 버티면서 기회를 잡는 모습이 ‘골프를 알고 친다’는 느낌이 든다”고 평가했다.
물론 안심하긴 이르다. 당장 이번 주 팬텀클래식부터 올해에만 8개 대회가 남아있다. 이소영은 “대상에 대한 욕심은 크게 없는데 주변의 기대와 욕심이 많은 것 같다. 마음을 비우고 임하려 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올 시즌 남은 목표를 묻자 이소영은 “꼭 올해의 목표여야 하느냐”고 되묻고는 “K10 클럽(10년 이상 투어에서 연속 활동한 선수에게 주는 상)에 들고 싶다”고 말했다. 올해처럼 꾸준하게 걸어 나가겠다는 의지가 느껴졌다. 이소영은 그렇게 벌써 시즌 그 너머를 바라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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