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경기 144골… 리그 출범후 최다
팬압박 없으니 수비 긴장 풀어지고
공격수는 과감하게 창의적 플레이
연습 부족-반칙규정 강화도 한몫
“역사를 쓰겠다고 말해 온 우리가 잘못된 역사를 썼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리버풀의 위르겐 클로프 감독은 5일 애스턴빌라에 2-7로 참패를 당한 뒤 이렇게 말했다. 디펜딩 챔피언 리버풀은 57년 만에 한 경기에서 7골을 내주는 굴욕을 당했다.
같은 날 ‘슈퍼 소니’ 손흥민이 2골을 터뜨리며 맹활약한 토트넘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상대로 6-1 대승을 거뒀다. 토트넘은 손흥민이 혼자 4골을 터뜨린 지난달 20일 사우샘프턴전에서도 5-2로 골 잔치를 벌였다.
이처럼 2020∼2021시즌 EPL은 초반부터 골 폭풍이 이어지고 있다. 7일 현재 38경기에서 144골이 나왔는데 이는 지난 시즌 초반 38경기보다 40골이 더 나온 것이다. 영국 BBC에 따르면 경기당 평균 득점은 3.79골로 역대 잉글랜드 최상위 리그 경기당 최고 평균 득점을 기록한 1930∼1931시즌(3.95골)에 이어 2위다. 1992년 EPL 출범 이후엔 최고 기록이다. 특히 시즌 38경기 중 11경기(약 29%)에서 양 팀을 합쳐 5골 이상씩 쏟아졌다.
BBC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무관중 경기를 골 풍년 원인 중 하나로 꼽았다. 한 EPL 코치는 “자신들을 주시하는 팬들이 없다 보니 수비 지역에서 선수들이 느끼는 긴장감과 압박을 위한 적극성이 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훈련장이 아닌 안방경기장에서 강도 높은 자체 연습 경기를 더 자주 실시해 긴장감을 높일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골을 넣지 못했을 때 엄청난 야유를 받았던 공격수들이 부담 없이 창의적인 공격을 시도하는 것도 다득점으로 이어지고 있다. 에버턴 수비수 마이클 킨은 “팬들이 주는 압박감에서 벗어난 공격수들이 자유롭게 공격을 시도하고 있다. 수비진이 2, 3골을 내줘도 공격수들 덕분에 역전하다 보니 선수들끼리도 놀라워한다”고 말했다.
전체적인 경기력 저하와 규칙 변경도 영향을 끼쳤다. BBC는 “코로나19 여파로 선수들은 과거에 비해 훈련량이 적었다. 준비 부족도 대량 실점의 원인이다”라고 전했다. 강화된 핸드볼 규칙으로 인해 득점 확률이 높은 페널티킥이 나온 경기 수가 지난 시즌에 비해 약 22% 증가한 것과 ‘매의 눈’으로 불리는 비디오판독(VAR)이 두려운 수비수들이 격렬한 수비를 시도하지 못하는 것도 대량 득점을 부추겼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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