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 실수는 없다, 체면 지킨 형님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0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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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대표팀, 올림픽대표에 2차전 3-0
후반 10분 역습서 이동경 선제골
종료 직전 이주용-이영재 추가골
1억 기부, 승자 A대표팀 이름으로

‘동동 듀오’ 선제골 합작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A대표팀)의 이동경(울산·오른쪽)이 12일 경기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3세 이하 올림픽대표팀과의 친선 경기 2차전에서 후반 10분 선제골을 터뜨린 뒤 도움을 기록한 이동준(부산)과 기쁨을 나누고 있다. 9일 1차전에서 2-2로 비겼던 A대표팀은 이날은 3골을 몰아치며 3-0 완승을 거뒀다. 뉴스1
‘동동 듀오’ 선제골 합작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A대표팀)의 이동경(울산·오른쪽)이 12일 경기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3세 이하 올림픽대표팀과의 친선 경기 2차전에서 후반 10분 선제골을 터뜨린 뒤 도움을 기록한 이동준(부산)과 기쁨을 나누고 있다. 9일 1차전에서 2-2로 비겼던 A대표팀은 이날은 3골을 몰아치며 3-0 완승을 거뒀다. 뉴스1
축구 선수가 꿈인 아들 백가람 군(11)의 손을 잡고 경기장으로 향하는 백종길 씨(41)는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백 씨는 “유소년 축구 팀에서 뛰는 아들이 자신과 이름이 비슷하고 포지션, 등번호(10번)가 같은 국가대표팀(A대표팀) 미드필더 윤빛가람(울산)의 팬이다. 다시 아들과 함께 ‘직관(직접 관람)’으로 축구를 느낄 수 있어 행복하다”고 말했다. 배시시 얼굴에 미소를 머금은 아들 백 군도 “코로나19가 빨리 사라져 아빠와 축구장에서 더 많은 추억을 쌓고 싶다”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을 위한 사회적 거리 두기가 1단계로 하향 조정되면서 닫혔던 관중석 문도 다시 열렸다. 12일 경기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A대표팀과 23세 이하 올림픽대표팀의 친선 경기 2차전은 2075명의 팬들이 경기장(전체 수용 규모 4만1311석)을 찾은 가운데 치러졌다. 국내 축구장을 팬들이 다시 찾은 것은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프로축구 K리그가 무관중으로 전환된 8월 16일 이후 57일 만이다.

12일 고양종합운동장을 찾은 한 여성 팬이 ‘보고 싶었어요’라고 쓴 피켓을 들어 보이며 관람 재개를 반기고 있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12일 고양종합운동장을 찾은 한 여성 팬이 ‘보고 싶었어요’라고 쓴 피켓을 들어 보이며 관람 재개를 반기고 있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모바일 티켓을 구매한 팬들은 전화 인증, 체온 측정 등의 엄격한 방역 절차를 거친 뒤에 경기장에 입장했다. 동쪽 스탠드에 마련된 관중석에서 팬들은 전후좌우 최소 1좌석 이상씩 떨어져 앉았고, 육성 응원 및 음식물 취식은 금지됐다. 제약이 있었지만 팬들은 경기장에서 선수들을 지켜보는 것 자체를 즐겼다. 축구팬 조정아 씨(21)와 기소연 씨(21)는 각각 강원 원주와 춘천에서 버스를 타고 왔다. 경기장 입장 공동 1호 관객인 이들은 올림픽대표팀 공격수 오세훈(상주)의 유니폼을 들고 환하게 웃었다. 이들은 “직관 허용 소식에 모든 약속을 취소하고 왔다. 큰 소리로 선수에게 힘을 북돋아줄 수 없는 게 아쉽다”고 말했다. 팬들은 선수들의 멋진 플레이가 나올 때는 뜨거운 박수를 보내며 돌아온 ‘축구의 밤’을 만끽했다.

무관중으로 치러진 9일 1차전에서 다소 맥 빠진 플레이를 펼쳤던 선수들도 이날은 거친 몸싸움을 마다하지 않으며 전력을 다했다. 1차전에서 ‘아우’(올림픽대표팀)를 상대로 2-2로 비기며 자존심을 구긴 ‘형님’(A대표팀)은 3-0으로 이겨 체면을 살렸다.

A대표팀은 후반 10분 역습 상황에서 빠른 발을 가진 이동준(부산)이 35m가량을 질주한 뒤 건넨 패스를 이동경(울산)이 왼발 슈팅으로 마무리했다. A대표팀은 후반 43분 이주용(전북)과 후반 추가시간(후반 46분) 이영재(강원)가 추가골을 넣어 완승을 마무리했다.

A대표팀은 1, 2차전 합계 5-2(1승 1무)로 최종 승자가 됐다. 이에 따라 이번 대회에 걸린 코로나19 기부금 1억 원은 A대표팀의 이름으로 기부된다. 기부금은 보건복지부에 전달될 예정이다. 최종 기부처는 복지부와 협의한 후 정해진다.

비록 졌지만 올림픽대표팀에도 소득이 있었다. 결승골을 합작한 이동경과 이동준은 원래 올림픽대표팀의 핵심 멤버다. 선수층 확대를 꾀하는 파울루 벤투 감독의 요청에 따라 A대표팀에 합류한 ‘월반 듀오’는 값진 골을 터뜨렸다. 김학범 올림픽대표팀 감독은 “우리 팀의 주축인 이동경과 이동준이 A대표팀에서 골을 합작하며 발전된 모습을 보인 것은 기분 좋다. 하지만 우리 팀이 실책으로 골을 내준 부분에 대한 아쉬움이 더 크다”라고 말했다.

국내 자원의 점검을 마친 A대표팀은 해외파 집중 점검에 나설 예정이다. 대한축구협회는 11월 오스트리아에서 북중미, 중동 팀과의 2차례 방문 평가전을 추진하고 있다. 협회 관계자는 “11월 평가전은 해외파 위주로 소집할 예정이며 골키퍼 등 해외파가 없는 포지션은 국내파로 채울 계획”이라고 말했다.

고양=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a대표팀#올림픽대표팀#코로나19#관중 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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