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프로야구 선수 생활의 마침표를 찍은 스스로에게 점수를 매겨 달라는 질문에 한화 김태균(38·사진)은 이렇게 답했다. 그는 KBO리그 역대 최다 안타 3위(2209안타), 최다 누타 4위(3557루타) 등 굵직한 발자국을 남겼다. 하지만 2001년 프로 데뷔 후 한 번도 우승과 인연을 맺지 못한 게 마음에 걸린 듯했다.
김태균은 22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열린 은퇴 기자회견에서 “개인적으로는 늘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점수를 매길 수 없고, 매겨서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팀의 중심 타자이자 주축 선수로서 팀을 우승으로 이끌지 못했기 때문에 높은 점수를 주기 어렵다”고 말했다. 팬들에게 거듭 사과의 뜻을 전한 그는 “평생의 한으로 남은 우승을 젊고 유망한 후배들이 풀어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익숙했던 유니폼 대신 짙은 회색 정장을 입고 기자회견에 나선 김태균은 자신의 이름이 새겨진 한화와 국가대표 유니폼이 걸린 테이블 앞에 앉아 한참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이제 다신 할 수 없는 “안녕하십니까. 한화 이글스 선수 김태균입니다”라는 인사말을 한 뒤 3분 넘게 말을 잇지 못했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 1년 계약을 하며 배수의 진을 쳤던 김태균은 “시즌 초반(5월) 2군에 내려가면서 많은 생각을 했다. 8월에 다시 2군으로 내려가 많은 유망주들을 보면서 은퇴 결심을 굳혔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은퇴를 결정한 그는 21일 구단이 공식적으로 은퇴를 발표할 때까지 2군에서 평소와 다름없이 훈련을 했다.
8월 15일 삼성전을 끝으로 선수 생활을 마무리하게 된 김태균은 별도의 은퇴 경기를 갖고 싶지 않느냐는 질문에 “내게 소중한 만큼 누군가에게도 그 타석이 간절할 수 있다. 후배의 소중한 기회를 뺏고 싶진 않다. 누군가 그 타석을 계기로 내년에 더 좋은 선수가 됐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2001년 한화 입단 후 18시즌(2010, 2011시즌은 일본 지바 롯데 소속) 동안 한화의 주황색 유니폼만 입었던 그는 앞으로 단장 보좌 어드바이저 역할을 맡는다.
현역 시절 다양한 별명으로 ‘김별명’이라고도 불렸던 김태균은 “어렸을 때는 제 이미지와는 다른 ‘김질주’라는 별명이, 팀의 중심이 되면서는 ‘한화의 자존심’이 좋았다”고 답했다. 그는 “한화는 내 자존심이자 자부심”이라고 말하며 제1의 야구 인생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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