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KBL ‘에이스 중 에이스’ 박지수
외국인선수 없는 리그 ‘유아독존’, 득점-리바운드-블록슛 모두 선두
개막 2연패 KB 공동선두 올려놔 “지난 시즌 놓친 정상 반드시 탈환”
“지금 우리는 잃을 게 없는 꼴찌야. 그냥 부담 없이 뛰어 보자.”
18일 신한은행과의 2020∼2021시즌 여자프로농구 경기를 앞두고 KB스타즈 박지수(22·196cm)는 동료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이번 시즌 여자프로농구는 외국인 선수가 뛰지 않기 때문에 최장신 센터 박지수를 보유한 KB스타즈가 ‘절대 1강’으로 꼽혔다. 하지만 주위의 예상이 부담으로 작용하면서 KB스타즈는 개막 후 2연패(당시 최하위·6위)를 당했다. 이 때문에 박지수는 신한은행(당시 1위)과의 대결을 앞두고 “어차피 1위와 꼴찌의 싸움” 등 자조 섞인 농담을 던져 동료들이 중압감을 떨쳐낼 수 있도록 했다. 동시에 슈터들에게는 자신감을 심어줬다. “주저하지 말고 외곽에서 기회가 나면 슛을 쏴. 그래야 나도 리바운드를 잡지!”
이날 KB스타즈는 27점을 폭발시킨 박지수의 활약과 11개의 3점슛(성공률 약 41%)을 앞세워 86-61로 시즌 첫 승을 거뒀다. 이를 시작으로 3연승을 달린 KB스타즈는 27일 현재 공동 1위(3승 2패)로 올라섰다. 실력과 리더십이 한층 성장했다는 평가를 듣는 박지수의 활약에 KB스타즈는 우승 후보다운 강호의 면모를 되찾았다. 본보와의 통화에서 박지수는 “미국여자프로농구(WNBA) 라스베이거스 에이시스에서 뛸 당시 외국 선수들이 한 경기 결과에 크게 휘둘리지 않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어려운 상황일수록 팀 분위기를 밝게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프로에서 다섯 번째 시즌을 맞는 박지수는 득점(평균 27.80점)과 리바운드(평균 15.80개), 블록슛(평균 3.40개)에서 모두 1위를 달리고 있다. 평균 출전 시간도 35분29초로 데뷔 이후 가장 오래 코트를 누비고 있다. 박지수는 “외국인 선수가 없다 보니 골밑에서 자신감 있게 공격을 시도하고 있다. 또 비시즌에 WNBA에 참가하지 않고 국내에서 허리 재활을 완벽히 해 몸 상태도 좋다”고 말했다.
골밑에서 치열한 몸싸움으로 멍투성이가 되는 그를 팀 동료들은 ‘바둑이’라고 부른다. 상대 수비를 분산시킬 외국인 선수가 없기에 박지수는 전보다 더 집중 견제에 시달리고 있다. 경기 도중 팔꿈치에 상처가 나 피를 흘리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내가 약간 둔한 편이어서 경기 중에는 (상대와) 부딪친 줄도 모른다. 에이스라는 말이 부끄럽지 않게 개인 성적과 팀 승리를 모두 챙기고 싶다”고 말했다.
정신적으로 단단해진 박지수지만 이따금씩 누군가가 그리울 때도 있다. 그는 “승부처에서 나뿐만 아니라 동료들도 슛이 안 터질 때가 있다. 그럴 때 항상 해결사 역할을 해주던 외국인 선수 카일라 쏜튼(미국·184cm)이 떠오른다”고 말했다. KB스타즈에서 두 시즌을 뛴 쏜튼(지난 시즌 평균 19득점)은 요즘도 KB스타즈 선수들에게 영상편지로 근황을 전하고 있다고 한다.
박지수는 이번 시즌에 잃어버린 왕좌를 되찾겠다는 각오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코로나19) 여파로 중도에 마친 지난 시즌에 KB스타즈는 우리은행에 정규리그 우승을 내줬다. 박지수는 “지난 시즌에 우승을 놓친 충격이 너무 컸다. 부상 없이 전 경기를 완주해 2018∼2019시즌처럼 팀을 다시 정상에 올려놓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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