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리그 첫 4연패-최다 8회 우승
이동국,시즌 첫 풀타임 ‘마지막 불꽃’… “다리 경련 아픔 정신력으로 참아”
조규성 2골… 대구에 2-0 승리
1만팬 전반 20분 2분간 기립박수… 영웅의 은퇴 경기 뜨거운 응원
정의선 회장 경기장 찾아 차 선물… 구단, 등번호 20번 첫 영구결번
전반 20분이 되자 녹색 유니폼을 입은 프로축구 K리그1 전북 팬들은 2분간 기립 박수를 쳤다. 등번호 ‘20’을 달고 현역 마지막 경기를 치르고 있는 ‘라이언 킹’ 이동국(41·전북)을 위해 팬 1만251명이 보내는 선물이었다. 시즌 처음으로 전후반 90분 풀타임을 소화한 현역 최고령 이동국은 수시로 숨을 헐떡였다. 하지만 녹초가 된 상황에서도 장기인 발리 슈팅을 선보이는 등 열정을 불태운 이동국은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며 자신의 바람처럼 은퇴 경기를 ‘해피 엔딩’으로 장식했다.
1일 대구와의 올 시즌 최종전(27라운드)을 앞둔 전북의 안방 전주월드컵경기장에는 이동국의 애창곡 ‘어느 날’(김민종)이 울려 퍼졌다. ‘내일을 모르는 건 마찬가진데. 왜 나만 그 발걸음을 두려워하나’라는 가사가 2002 한일 월드컵 엔트리 탈락 등 여러 위기를 극복한 자신의 축구 인생을 떠오르게 한다고 말해 온 이동국은 “경기 전부터 내 휴대전화 벨소리와 같은 노래를 들어 ‘찡’한 마음으로 그라운드를 누볐다”고 말했다.
‘이동국의 마지막 845번째(프로와 각급 대표팀 경기 포함 출전 횟수) 이야기’라는 모토로 경기에 나선 전북은 이동국이 프로에 데뷔한 1998년에 태어난 조규성(22)의 멀티 골을 앞세워 대구를 2-0으로 꺾었다. 26라운드 울산전 승리로 1위를 탈환한 전북은 승점 60을 기록해 2위 울산(승점 57)을 따돌리고 K리그 최초 4연패를 달성했다. 또 이동국이 입단한 2009년부터 8차례 정상에 오르며 성남(7회)을 제치고 K리그 최다 우승 팀이 됐다.
K리그 역대 최다골(228골), 최다 공격 포인트(305개) 보유자 이동국은 4개의 슈팅을 시도했지만 득점에는 실패했다. 경기장을 찾은 아버지와 겹쌍둥이를 비롯한 5자녀 등은 슈팅이 빗나갈 때마다 아쉬워했다. 23년간의 프로생활을 마감한 이동국은 은퇴식에서 “팬들이 가져온 내 유니폼을 보며 울컥했다. 나만이 전북에서 이 번호를 쓸 수 있게 돼 감격스럽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전북은 역대 구단 선수 중 처음으로 이동국의 등번호를 영구결번으로 지정했다.
이날 처음으로 전주월드컵경기장을 찾아 전북의 경기를 본 구단주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이동국에게 2021년형 신형 럭셔리 미니밴을 선물했다. 경기 후 시상식과 이동국 은퇴식까지 자리를 지킨 정 회장은 2014년에도 전북에서 통산 100골을 넣고, 5번째 자녀를 얻은 이동국을 위해 11인승 승합차를 선물한 적이 있다. 지도자 등 여러 진로를 고민 중인 이동국은 “경기 종료 후 다리 근육에 경련이 일어났지만 오늘까지는 정신이 몸을 지배해 아픔을 참을 수 있었다. 앞으로는 근육 경련이 일어나지 않는 일을 할 것 같다”며 웃었다. 암표까지 등장할 정도로 높은 관심을 보인 이날 전북 팬들은 ‘선수 이동국은 안녕, 또 다른 이동국과 함께할 전북의 더 많은 날들’이라는 현수막을 내걸며 이동국이 지도자로 돌아오길 바라는 심경을 전했다.
후배들의 성장을 확인한 것도 떠나는 그의 발걸음을 가볍게 했다. 이동국에게 조카뻘인 조규성은 전날까지 시즌 2골로 부진했지만 우상이 은퇴하는 날 득점력이 폭발했다. 한편 15년 만의 리그 우승에 도전했던 울산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전북에 역전 우승을 내줬다. 울산은 9번째 준우승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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