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고양시 농협대에 위치한 NH농협은행 여자 소프트테니스(정구)부 숙소 앞에 가지런히 놓인 53켤레의 운동화가 그래 보였다.
이 신발들은 지난달 전북 순창군에서 열린 제41회 대한소프트테니스협회장기 대회 때 출전했던 남녀 실업팀 선수들이 신었던 것이다. 대회 종료 후 따로 모아 캄보디아, 라오스, 네팔 등 현지 소프트테니스 선수들에게 보낼 계획이다.
이번 운동화 기부는 현재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소프트테니스 지도자로 활동하고 있는 최종률 감독(65)이 한국실업소프트테니스연맹 정인선 회장에게 요청을 해 성사됐다.
최 감독에 따르면 동남아 소프트테니스 선수들은 대부분 열악한 환경 속에서 밑창이 닳아 금세 발가락이 나올 것 같은 운동화를 신은 채 라켓을 휘두르고 있다. 새 운동화 구입은 언감생심이어서 일본 등에서 보낸 중고 운동화를 겨우 장만해 신는다고 한다. 중고 운동화 가격도 2만~4만 원이라 구입이 쉽지 않아 맨발이나 슬리퍼를 착용하고 운동하는 경우도 많다. 캄보디아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1500 달러 안팎. 일부 정구 선수들은 한 끼에 1500원 내외인 점심도 건너뛰는 경우가 많다는 게 최 감독의 얘기다.
2007년부터 동남아 몇몇 국가를 돌며 소프트테니스 순회 지도에 나서고 있는 최 감독은 “성심껏 동참해 준 모든 지도자와 선수들이 너무 고맙다. 현지 선수들에게 큰 힘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최 감독은 캄보디아 경찰청 소속 남녀 대표팀 선수 12명과 상비군, 주니어 선수들의 훈련을 지도하고 있다.
정인선 회장은 “소프트테니스를 전 세계에 보급하기 위해 다양한 활동이 필요하다. 실업연맹 뿐 아니라 모든 정구인이 합심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동남아 소프트테니스의 어려운 사정을 전해들은 NH농협은행 소프트테니스부 유영동 감독과 8명 선수는 매달 캄보디아, 네팔. 라오스 등에서 생활고를 겪고 있는 소프트테니스 선수들에게 후원금을 보내고 있다. 장한섭 NH농협은행 스포츠단 부단장이 소프트테니스부 감독 시절부터 시작해 벌써 몇 년째 지속되고 있다. 유영동 현 NH농협은행 감독은 “이젠 우리 팀의 새로운 전통이 된 것 같다. 뜻 깊은 일이라는 생각에 선수들도 후원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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