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무 대전하나시티즌 이사장이 과거 선수와 감독으로 겨뤘던 디에고 마라도나의 별세 소식에 “그는 태양과 같았다”며 애도했다.
AFP통신은 26일(한국시간) “마라도나가 이날 오후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주 티그레 자택에서 숨졌다. 마라도나의 심장이 멎은 후 9대의 구급차가 출동했지만 그는 이미 숨진 뒤였다. 향년 60세”라고 보도했다.
천재적인 기량과 함께 수많은 논란을 만들었던 마라도나는 한국 축구와 인연이 깊었다. 그는 1986년 멕시코 월드컵에 주장으로 출전, 한국을 3-1로 눌렀고 2010년 남아공 월드컵에서는 아르헨티나 대표팀 감독으로 한국을 4-1로 꺾은 바 있다.
공교롭게 그 현장에는 허정무 이사장이 모두 있었다. 허 이사장은 1986년 선수로, 2010년에는 감독으로 월드컵에 나섰지만 마라도나를 넘지 못하고 고개를 숙였다.
허 이사장은 이날 뉴스1과 통화에서 “아침에 소식을 들었다. 빨리 세상을 떠나 안타깝다. 악연도 인연”이라며 “그라운드에서 겨뤘던 마라도나는 나와 기량차이가 많이 났다. 내가 반딧불이라면 마라도나는 태양과 같았다. 지금 생각해도 배울 점이 많은 선수였다”고 그를 떠올렸다.
허 이사장은 멕시코 월드컵 당시 마라도나를 전담 마크했다. 당시 허정무 이사장을 비롯해 한국 대표팀은 마라도나를 막기 위해 거친 몸싸움을 펼쳤지만 역부족이었다.
34년전을 되돌아보며 허 이사장은 “말로 표현하기 힘든 선수였다. 공이 발에서 떨어지지가 않았고, 상대의 중심을 무너뜨리는 드리블을 했다. 또한 공을 가지고 있을 때 순간적인 스피드로 수비를 떨쳐냈다”며 “내가 집중 마크를 하려고 했지만 너무 어려웠다”고 토로했다.
이어 “키는 작지만 몸이 워낙 단단하고, 탄력이 있어서 몸싸움도 전혀 밀리지 않았다. 영리하게 경기를 운영하고, 넓은 시야로 경기를 주도했다. 천재적이었다”면서 “운이 좋아 세계적인 선수들과 많이 경기를 했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선수는 마라도나와 요한 크루이프였다. 세계적으로 왜 높이 평가 받는지 충분히 이해되는 선수들”이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멕시코 월드컵 당시 허정무 이사장은 마라도나를 막기위해 거친 태클을 하는 장면때문에 ‘태권 축구’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이에 허 이사장은 “사진을 보면 공이 보이지 않아 내가 억울한 면도 있다”며 “당시 드리블 과정에서 공이 떠있는 상태였다. 공이 없는 상황에서 고의적으로 상대를 가격하면 퇴장이지만 옐로카드도 받지 않았다”고 웃으면서 해명했다.
허 이사장은 24년이 흐른 2010년 남아공 월드컵에서는 감독으로서 지략 대결을 펼쳤다.
허 이사장은 “사실 마라도나는 지도자로 성공하지 못했다. 그러나 승부사로, 수 싸움에 능했다”면서 “2010년 월드컵 때 한국과의 경기를 앞두고 ‘태권 축구를 한다’며 심리전을 펼쳤다. 심판들에게 압박을 주는 심리전이었다. 감독으로 성공은 못했지만 어떻게 해야 승리하는데 유리한지 잘 알고 있는 승부사였다”고 회고했다.
선수와 지도자로 겨뤘던 허 이사장과 마라도나는 2017년 다시 만났다. 마라도나가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을 앞두고 한국에서 열린 조추첨식에 참석, 허정무 이사장과 만나 인사를 나눴다.
허 이사장은 “그때부터 마라도나의 몸이 좋지 않은 것처럼 보였다. 선수시절 탄력과 단단함은 보이지 않고, 몸이 불은 느낌이었다. 대화도 잠시 나눴는데, 정신적으로 흐트러졌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안타까워했다.
마라도나는 선수시절부터 약물 스캔들이 끊이지 않았다. 1994년 미국 월드컵 도중에는 도핑 테스트에서 적발돼 대회 도중 팀에서 하차, 귀국하기도 했다. 은퇴 후에도 마라도나는 마약, 약물, 음주 등으로 건강 상태가 좋지 않았다.
허정무 이사장은 “한 시대를 풍미했던 선수가 후에 변한 모습을 보니 같은 축구인 입장에서 안타까웠다”며 “한편으로 마라도나가 선수들에게 몸 관리를 잘해야 한다는 교훈을 준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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