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관에 든 마라도나와 인사 수십만명 장사진..일부 충돌도
관에는 국기와 배번10 유니폼 덮여
아르헨티나의 전설적인 축구스타 디에고 마라도나의 시신이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대통령궁에 안치되어 대중의 인사가 허용되면서 26일(현지시간) 이 곳에는 전국에서 몰려온 수십 만명의 군중들이 몇 킬로미터씩 장사진을 치고 국가적 영웅과의 작별의 순간을 기다렸다.
마라도나 팬들은 대통령궁 카사 로사다의 중앙 로비 앞에 안치된 마라도나의 관을 지나면서 그의 얼굴을 향해 키스를 보냈고, 일부는 자기 가슴을 주먹으로 치면서 통곡하며 그의 이름을 부르기도 했다.
새벽 부터 시작된 이런 장례 의례는 국가 원수에게나 주어지는 것이지만, 그 동안 어떤 국가원수도 이처럼 많은 국민이 열렬한 사랑과 충성스러운 지지를 마지막 가는 길에 보낸 적은 없다고 AP통신 등 외신들은 전했다.
시내 거리에는 마라도나의 관에 참배하려는 사람들의 줄이 20 블록 이상 길게 이어졌으며 대통령궁 앞에서는 관을 더 자세히 보려는 일부 팬들이 참배객 줄의 진행을 막는다는 이유로 보안군이 나서서 2번 이상 충돌이 빚어지기도 했다.
마라도나의 관은 아르헨티나 국기와 국가대표 팀으로 뛸때 입었던 유명한 배번 10번의 유니폼이 덮여 있었다. 관 주위에는 방문 팬들이 울면서 던진 수 십벌의 서로 다른 축구 팀의 유니폼 셔츠들이 이리 저리 산더미처럼 쌓인채 흩어져 있었다.
마라도나는 지난 11월 3일 뇌수술을 받은 뒤 회복중이었으나 부에노스아이레스 교외의 자택에서 25일 심장마비로 운명했다.
고인의 마지막 모습을 관을 연채 참배객에게 공개하는 이 날의 방문의식 ‘ 오픈 비지테이션’(open visitation)은 새벽 6시 15분에 시작되었다.
그 보다 몇시간 전에는 마라도나의 딸들과 가까운 친척들이 먼저 작별인사를 했다. 맨 먼저 전처인 클라우디아 비야파네가 두 딸 달마, 지아니나와 함께 인사했고 나중에는 역시 전처인 베로니카 오헤다와 그와의 아들 디에기토 페르난도가 작별의 인사를 마쳤다.
몇 년 전에야 처음을 마라도나가 딸로 인정했던 하나도 이 장례의식에 참석했다.
이어서 1986년 월드컵 우승 팀 당시 한 팀이었던 오스카 루게리를 비롯한 옛 축구팀 동료들과 다른 아르헨티나 축구 선수들이 줄지어 마라도나와 인사를 마쳤다.
아침 한 때 조문객들이 너무 밀려들어 질서를 잡으려는 경찰과 충돌도 빚어졌다. 일부 극성 팬들은 대통령궁 밖에서 물병과 바리케이드 쇠막대 일부를 경찰을 향해 던지는 등 항의하다가 한 때 최루가스가 발사되기도 했다. 이런 충돌은 오후에도 한 차례 빚어져 경찰이 고무탄까지 발사했다.
알베르토 페르난데스 아르헨대통령도 한 낮에 이 곳을 찾아 마라도나의 관 위에 그의 첫 프로축구선수 입단 팀이었던 아르헨티나 주니어 팀의 셔츠를 올려놓았다.
공공연히 좌파를 자처하며 아르헨출신의 혁명가 체 게바라의 초상을 몸에 문신까지 새겼던 마라도나는 마드레스를 비롯한 수많은 인권단체의 수호자였다.,
새벽부터 마라도나를 보기 위해 대통령궁 앞에 찾아온 팬들 가운데에는 목발을 짚은 장애인 나우엘 데 리마(30)도 있었다. 그는 “마라도나는 아르헨티나를 전 세계에 널리 알렸다. 마라도나를 이야기하는 사람은 누구나 아르헨티나를 이야기했고 디에고는 곧 아르헨 국민이었다. 오늘 이 셔츠나 깃발이 다 무슨 소용인가…우리는 우리에게 평생의 기쁨을 주었던 위대한 선수에게 작별 인사를 하러 온 것이다”라고 말했다.
코로나 방역을 위해 파견된 63세의 여성 사회복지사 노에미 몬제는 군중들의 격한 감정을 이해한다며 “ 이런 사람들에게 거리를 두라고 해봤자 소용없다. 우리는 공손하게 손위생제와 마스크를 나눠줄 뿐이다”라면서 보건 요원들도 모두 마라도나와 인사를 마쳤다고 울면서 말했다.
대통령궁에 이르는 거리의 마요 광장에는 거대한 마라도나의 초상화가 그려졌고 광장 입구에는 커다란 검정 리본이 달려있었다. . 한편 마라도나가 활동했던 이탈리아 나폴리에서도 이 날 그의 죽음을 추모하는 대 군중이 상파울루 경기장 앞 광장과 거리를 메웠고 울부짖는 열성 팬들이 꽃과 카드, 촛불을 가져다 놓았다. 곳곳에서 사람들이 통곡을 하며 편지와 꽃, 촛불을 헌정했고 거리에는 마라도나의 사진과 초상화가 그려진 깃발들이 가득 펄럭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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