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방(沒放) 배구’. KB손해보험이 30일 현재 프로배구 2020~2021 V리그 남자부 선두를 질주하고 있는 이유를 네 글자로 요약하면 이렇게 쓸 수 있다.
‘말리 특급’ 케이타(19)는 이날 현재 KB손해보험 전체 팀 공격시도(1203번) 가운데 57.6%(693번)를 책임지고 있다. 프로배구 역사상 남녀부를 통틀어 이보다 공격 점유율이 높았던 건 2013~2014 시즌 삼성화재 레오(30·쿠바·59.9%) 딱 한 명뿐이었다.
그러면 KB손해보험이 잘 나가는 이유를 세 글자로 요약하면 무엇일까?
첫 번째 정답은 물론 ‘케이타’다. 그리고 두 번째 정답은 ‘김정호’라고 할 수 있다.
김정호(23·레프트)는 이번 시즌 팀이 치른 11경기 47세트에 모두 출전해 159득점(공격 137점, 서브 16점, 블로킹 6점)을 올렸다. 득점과 공격 점유율(19.1%) 모두 팀 내 2위다.
박철우(35·현 한국전력)가 삼성화재에서 가빈(34·캐나다), 레오와 함께 ‘풀 시즌’을 소화한 4년 동안 남긴 공격 점유율이 20.3%(1만1627회 중 2358회)였다.
게다가 박철우는 이 기간 삼성화재 전체 서브 리시브(8412개) 가운데 3.8%(316개)밖에 책임지지 않았지만 김정호는 상대 서브 가운데 36%(팀내 1위)를 받았다.
그렇다고 공격 효율이 떨어지느냐. 완전 반대다. 김정호는 이날 현재 공격 효율 0.435로 공격 점유율 15% 이상을 기록한 선수 가운데 가장 좋은 기록을 남기고 있다.
단, 서브 리시브 성공률(36.4%)은 아주 빼어난 편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36.4%는 서브 리시브 점유율 15% 이상을 기록한 선수 가운데 15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김정호는 대신 리시브 후 본인이 곧바로 공격에 나섰을 때 공격 효율 0.587를 기록했다. 이런 공격을 20번 이상 시도한 선수 가운데 제일 높은 기록이다. 상대팀 관점에서 보면 서브 리시브가 약하다고 해도 김정호에게 서브를 넣는 게 별로 좋은 전략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김정호는 상대팀 리시브 효율을 25.3%로 만드는 수준급 ‘서버’이기도 하다. 서브를 150개 이상 넣은 ‘토종’ 선수 가운데 이보다 상대팀 서브 리시브 효율을 떨어뜨리는 선수는 정지석(25·대한항공·0.73%) 한 명뿐이다.
이상열 KB손해보험 감독은 8월말 열린 제천·MG새마을금고컵 프로배구 대회 기간 내내 불만에 가득찬 표정으로 인터뷰실에 들어섰다. 조별리그에서 3전 전패를 당하면서 대회를 마감했으니 이상한 일도 아니었다.
KB손해보험이 대회 마지막 경기를 치른 8월 26일 인터뷰실에 들어온 이 감독에게 ‘이번 대회를 통해 팀에 어떤 점이 부족하다고 느끼게 됐는지 궁금하다’고 물었다. 이 감독은 “선수”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솔직하게 말하면 현재 우리팀은 프로가 아니라 실업팀 수준이다. (조 편성이 달라 맞붙을 일이 없었던) 상무하고 붙었어도 패했을 것”이라며 “선수가 없어도 너무 없다”고 한숨을 쉬었다.
그래서 이 감독에게 ‘나머지 6개 구단에서 아무나 원하는 선수를 마음대로 골라올 수 있다면 누구를 선택하겠느냐’고 물었다. 이 감독은 곧바로 정지석을 꼽으면서 “연봉 10억 원을 주고서라도 데려올 수만 있다면 데려오고 싶다”면서 “정지석은 서브, (서브) 리시브, 공격 모두 다 되는 선수”라고 평가했다.
V리그가 막을 올리자 이 감독은 정말 그런 선수와 함께 팀을 프로 수준 그것도 리그 1위로 이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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