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김연아 선수가 은메달을 차지한 러시아 소치 겨울올림픽 여자 피겨스케이팅 채점 결과에 개최국효과(host effect)가 비정상적으로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따라서 이 경기 결과에 대한 의혹 제기는 매우 합리적이었다는 것이다. 개최국효과는 ‘개최국 선수가 오직 개최국 출신이라는 이유만으로 얻는 추가점수’를 뜻한다.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박종희 교수(48)는 최근 편저한 ‘정치학 방법론 핸드북’(사회평론아카데미)의 베이지안 분석을 소개하는 장(章)에서 이 같은 사례 분석 결과를 밝혔다.
베이지안 분석은 조건부확률이라고 말할 수 있는 ‘베이즈 정리(定理)’를 토대로 통계적으로 불확실한 사실을 확률론적으로 기술하는 과학적 접근법을 말한다. 모든 관측 자료와 결과는 정량적이 아니라 확률분포의 형태로 분석되고 표현된다.
소치 올림픽에서 김 선수는 무명에 가까웠던 러시아의 아델리나 소트니코바에게 금메달을 내줬다. 김 선수는 쇼트 프로그램 74.92점, 프리스케이팅 프로그램 144.19점, 총점 219.11점을 받았다. 반면 소트니코바는 쇼트 74.64점, 프리 149.95점, 총점 224.59점이었다. 당시 세계 여론은 ‘홈 어드밴티지(개최국효과)가 지나쳤다’와 ‘대체로 공정했다’가 엇갈렸다.
박 교수는 ‘소트니코바의 점수가 부정(不正)이냐 아니냐’를 알아보기 위해 ‘개최국효과가 지나쳤다’는 주장의 타당성을 베이지안 분석으로 검증했다. 26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 연구실에서 만난 박 교수는 “소치 올림픽의 개최국효과가 통상적인 개최국효과의 수준을 넘었을 확률이 얼마냐, 즉 얼마나 정확성을 가지고 그렇게 말할 수 있는지 분석했다”고 말했다. 분석 대상은 피겨스케이팅 채점의 기술점수와 예술점수 가운데 심판의 주관적 평가에 해당하는 예술점수로 한정했다.
소치 올림픽의 개최국효과를 이전 26개 대회 개최국효과의 평균적 크기와 비교해 본 결과 통상적인 수준의 개최국효과의 범위를 확연히 벗어났다. 통상적인 개최국효과의 분포로 환산하면 평균적 크기는 2.42였는데 소치 올림픽의 경우 6.73이었던 것.
이어 소치 올림픽의 개최국효과가 통상적 개최국효과보다 클 확률, 즉 비정상적 개최국효과일 가능성을 봤더니 쇼트 0.936, 프리 0.973, 쇼트와 프리 모두 0.911이 나왔다.
“100번 시뮬레이션하면 쇼트는 94번, 프리는 97번 정도 소트니코바가 항상 더 많이 개최국효과를 받았다는 겁니다. 결과적으로 90%의 확률로 소치 올림픽의 개최국효과는 통상적 개최국효과보다 훨씬 컸다고 볼 수 있습니다. 통상적 개최국효과였다면 김연아 선수가 10번 중 9번은 금메달을 따야 하는 거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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