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오픈 비중 늘린 케이타, 퀵오픈 못 막는 우리카드마저 울릴까 [발리볼 비키니]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2월 1일 15시 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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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팀 공격이 빨라지면서 상대 팀이 효과적인 수비를 펼칠 수 없었을 것이다.”

KB손해보험을 2020~2021 프로배구 V리그 남자부 선두로 이끌고 있는 이상열 감독은 28일 인천 방문경기에서 대한항공에 3-1 역전승을 거둔 뒤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 감독은 “분위기 싸움에서 승리한 게 결정적이었다”면서 “특히 최근 추구하고 있는 빠른 템포의 공격이 선수들의 분위기를 끌어올린 것 같다”고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대한항공을 상대로 ‘고공 폭격’을 선보이고 있는 KB손해보험 케이타(오른쪽). 한국배구연맹(KOVO) 제공
대한항공을 상대로 ‘고공 폭격’을 선보이고 있는 KB손해보험 케이타(오른쪽). 한국배구연맹(KOVO) 제공


언뜻 생각하면 조금 이상하기도 합니다. KB손해보험은 전체 공격 시도 가운데 57.6%를 ‘말리 특급’ 케이타(19)에게 책임지도록 하는 ‘몰방(沒放) 배구’에 열을 올리고 있는 팀이니까요. 케이타에게 이렇게 소위 ‘몰방 세트(토스)’를 올릴 수 있는 건 ‘높이’ 덕분이었습니다.

그렇다고 이 감독이 거짓말을 한 건 아닙니다. 케이타 공격이 정말 빨라졌으니 말입니다.

1라운드 6경기에서 케이타의 공격 유형은 ‘심플’ 그 자체였습니다. 케이타는 1라운드 때 공격을 총 409번 시도했는데 이 가운데 52.3%(214번)이 오픈이었고 41.8%(171번)이 백어택이었습니다. 전체 공격 시도 가운데 94.1%가 몰방 세트 결과물이었던 겁니다.

그런데 2라운드가 되면 오픈 공격이 35.2%로 줄어드는 대신 퀵오픈 비중이 4.6%에서 25%로 5.4배 늘어납니다. 케이타가 높이만 있던 선수에서 높고 또 빠른 선수로 거듭났던 것. 이런 변화는 KB손해보험 주전 세터 황택의(24)와 케이타가 시즌을 치를수록 점점 더 찰떡궁합을 자랑하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합니다.



결과도 좋습니다. 이날 경기까지 케이타는 퀵오픈을 총 90번 시도해 이를 공격 효율 0.567로 연결했습니다. 공격 점유율 10% 이상을 기록한 선수 가운데 퀵오픈 효율이 케이타보다 높은 건 펠리페(32·OK금융그룹·0.617) 한 명뿐입니다.

KB손해보험은 1일 의정부체육관에서 우리카드를 상대로 시즌 10승에 도전합니다. 만약 KB손해보험이 정말 승리를 거둔다면 프로배구 출범 후 처음으로 2라운드를 선두로 마칠 수 있습니다.

반면 지난 시즌 최우수선수(MVP) 나경복(26)이 부상으로 빠지면서 3연패에 빠진 우리카드는 이날 승점을 1점이라도 따내야 최하위에서 탈출할 수 있습니다.



단, 수비 기록을 살펴보면 우리카드가 이 경기에서 더욱 불리한 상황이라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우리카드는 남자부 7개 구단 가운데 상대팀 퀵오픈에 대한 블로킹 성공률(7.8%)은 두 번째로 낮고, 디그 성공률(18.6%)은 제일 낮은 팀입니다. 블로킹과 디그 성공률을 합친 기록(26.4%) 역시 7개 구단 가운데 최하위입니다.

그러나 공은 둥글고 승부는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닙니다. KB손해보험이 계속 고속 고공비행을 이어갈까요? 아니면 지난 시즌 정규리그 챔피언 우리카드가 반등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까요?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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