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한화 유니폼을 벗은 송진우 전 코치(54)에게 안부를 묻자 멋쩍은 대답이 돌아왔다. 하지만 ‘승부의 세계’를 떠나 여유를 즐기는 그의 옆에 세 살 된 딸이 있었고 평일(1일) 낮 시간에 늦둥이와 오붓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하지만 현역시절 KBO리그 통산 최다인 210승을 거둔 송골매의 ‘여유’는 오래가지 않을 듯 하다.
독립야구의 한 관계자는 “최근 송 전 코치가 최근 창단한 독립야구팀 지휘봉을 잡았다”는 소식을 전했다. 어플리케이션 개발업체인 ‘본 아이티’가 창단한 ‘스코어본 하이에나들’로 2021시즌 경기도 독립야구리그에 참가할 예정이다. 독립야구팀 대부분이 선수들로부터 회비 등을 받고 운영하는 것과 달리 송 전 코치가 지휘봉을 잡는 팀은 소속 선수들이 돈 걱정을 하지 않고 야구에만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할 예정이라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한국야구의 전설인 그가 독립야구로 향하는 이유에 대해 처음에 형식적인 대답들이 돌아왔다. 송 전 코치는 “독립야구팀 창단을 주도한 본 아이티 관계자가 (송 전 코치의 고향 충북 증평과 가까운)청주 출신이고 최근 은퇴한 송창식(전 한화)과 초등학교 동창이다. 팀을 만드는데 꼭 와주면 좋겠다고 거듭 요청해서 (지휘봉을 잡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역시절 ‘송골매’로 불릴 정도로 집요하게 상대 타자를 공략했던 ‘승부사’가 단순히 ‘지연(地緣)’으로만 이런 결정을 내렸을 리는 없다. 속 이야기를 기다리듯 잠시 뜸을 들였더니 송 전 코치도 속내를 말했다.
“프로에서만 한 우물을 파왔는데 나도 내가 모르고 지나쳐왔던 부분들이 있을 거예요. 프로 문턱에서 미지명이나 부상 등으로 방출되는 등 좌절을 맛본 선수들을 열정적으로 지도하다 보면 선수들에게는 프로 진출이라는 좋은 소식이 들릴 거고, 나도 또 배우는 부분들이 있을 거예요. 이게 ‘윈-윈’ 아닐까요?”
2009년 현역 은퇴 이후 2010년 일본 요미우리에서 코치 연수를 받은 뒤 2011년 친정팀 한화 2군 투수코치로 지도자 생활을 시작한 송 전 코치는 ‘1기’(2011~2014년) 때만 해도 현역시절 명성이 무색할 정도로 혹평이 뒤따랐다. 김혁민(은퇴) 등 유망주들이 끝내 꽃을 피우지 못하고 한화의 암흑기를 되살리지 못한 송 전 코치도 2014시즌 이후 쓸쓸하게 친정 팀을 떠났다.
하지만 2018시즌을 앞두고 다시 한화로 돌아온 송 전 코치는 과거와 다른 모습이었다. 공백기 동안 해설위원 등을 하며 야구를 ‘밖에서’ 본 게 도움이 됐단다. 1기 시절 선수들에게 한자를 가르치고 무섭기만 했던 송 전 코치는 선수들과 소통할 줄 아는 스타일로 바뀌었다. 또한 송 전 코치의 집중조련을 받고 송 전 코치의 전매 특허던 ‘체인지업’을 전수받은 선수들이 두각을 드러내며 전설의 명의인 ‘화타(華陀)’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투고타저가 극심했던 2018시즌 한화의 불펜은 10개 구단 중 1위(평균자책점 4.29)였다. 이 난공불락을 앞세워 2007년 이후 가을무대 경험이 없던 한화도 11년 만에 포스트시즌(PS)에 진출했다. ‘지나쳤던’ 부분을 꼼꼼히 짚고, 잘 채워 돌아온 송 전 코치의 역할을 무시할 수 없다.
이번에 송 전 코치가 프로 타이틀을 내던지고 향하는 곳은 1군 주변이 아니라 ‘저변’이다. 한 차례 프로의 외면을 받은 선수들을 지도하는 만큼 이들의 잠재력을 이끌어내고 프로의 관심을 받는 선수가 되게끔 하기위해 더 세심한 지도와 동기부여가 필요하다.
4일 경기도야구소프트볼협회에서 주관하는 ‘2021 독립야구단 경기도리그 공동 트라이아웃’으로 공식 업무를 시작하는 ‘송진우 감독’은 “아직 팀원이 어떻게 구성될지 모르니 선수 개개인에 대한 파악은 선수선발 이후에 할 일이다. 다만 독립야구단이 매년 치르는 리그 경기(1시즌 60경기) 수는 다소 적다는 생각을 한다. 대학 등 아마추어 팀들과 많은 경기를 치르면서 돌파구를 찾아 가겠다”며 자신이 지휘봉을 잡을 팀에 대한 청사진을 밝혔다.
해설위원 등 야인생활을 거치며 한층 발전한 모습으로 친정팀의 11년 만의 PS 진출에 기여했던 송 감독이 사연 많은 선수들과 ‘기적’을 연출하고 다시 프로무대로 웃으며 돌아오길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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