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는 투수 놀음이고 배구는 세터 놀음입니다. ‘코트 위의 사령관’이라고 할 수 있는 세터가 어떻게 공격을 배분하는지에 따라 팀 성적도 춤을 추게 마련. 그래서 세터 A가 프로배구 2020~2021 V리그 개막 후 11경기에서 보여주고 있는 모습은 이해하기가 몹시 어렵습니다.
같은 팀에 왼쪽 날개 공격수 B와 C가 있습니다. 현재까지 11경기에서 B는 공격 효율 0.358, C는 0.246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공격 효율 0.358은 공격 점유율 15% 이상을 기록 중인 선수 가운데 현대건설 센터 양효진(0.360)과 사실상 공동 1위 기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날개 공격수 중에는 B 선수가 제일 공격 효율이 높습니다.
그러면 누구에게 더 자주 공을 띄우는 게 효과적일까요? 당연히 B에게 공을 더 자주 세트(토스)하는 편이 나을 겁니다. 현실은 반대입니다. A는 C에게 415번 공격을 맡기는 동안 B에게는 10% 정도(41번) 적은 374번밖에 공을 띄우지 않았습니다.
A는 C가 상대 서브를 받은 다음에도 총 71번 공격을 맡겼습니다. ‘C가 서브 리시브’ → ‘A가 세트’ → ‘C가 공격’으로 이어진 게 총 71번이라는 뜻입니다. 같은 상황에서 A가 B에게 공을 띄운 건 46.5% 수준인 33번이 전부입니다.
그저 C가 상대 서브를 훨씬 많이 받아서 생긴 일 아닐까요? A가 세터일 때 두 선수가 서브 리시브 이후 공격을 시도한 비율을 따져 보면 C는 30.2%로 17.4%에 그친 B보다 1.7배 이상 높습니다.
게다가 A가 상대 서브를 받은 C에게 공을 띄운 경우 가운데 3번은 후위 공격이었습니다. 달리 말하면 B는 상대 서브를 받지 않은 상태로 전위에 있었는데도 A는 B에게 공격을 맡긴 겁니다. 아, 나이는 B가 C보다 8살 많습니다. 그래서 배려한 걸까요?
혹시 A, B 사이는 호흡이 엉망이지만 A, C 사이는 찰떡 호흡을 자랑해 그런 건 아닐까요? A가 세팅한 공을 상대 코트를 향해 날렸을 때 B는 공격 효율 0.398을 기록했습니다. C는 69.8% 수준인 0.270에 그쳤습니다.
C가 공격이 터지지 않는 날에도 A는 B보다 C를 선호합니다. 가장 최근 경기에서 C가 때린 스파이크 가운데 60.3%를 상대팀에서 디그로 건져 냈습니다. B가 때린 스파이크 가운데 상대 디그 성공으로 끝난 건 38.3%가 전부였습니다. 이 경기에서 이 팀에 패한 게 당연한 일입니다.
사정이 이런데도 A가 B보다 C를 선호하는 이유가 뭔지 이 ‘배알못’ 기자에게 설명해주실 분 어디 안 계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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