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선두였던 마지막 18번 홀(파4). 3번 우드 티샷을 한 김아림은 119야드를 남기고 48도 웨지로 과감하게 핀을 직접 노렸다. 깃대 3m 앞에 떨어뜨려 버디 퍼팅에 성공시킨 뒤 주먹을 불끈 쥐며 환호했다. 단독 선두에 나선 김아림은 결국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최고 권위 무대에서 ‘메이저 퀸’에 등극했다.
김아림은 15일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의 챔피언스 골프클럽 사이프러스 크릭 코스(파71·6731야드)서 열린 제75회 US여자오픈 최종 4라운드에서 버디 6개와 보기 2개로 4언더파 67타를 적어냈다.
합계 3언더파 281타를 기록한 김아림은 2언더파 282타를 적어낸 공동 2위 고진영(25), 에이미 올슨(미국)을 따돌리고 역전우승을 차지했다. 김아림은 “너무 얼떨떨하다. 기회가 있을 것으로 생각했지만 막상 우승하니까 머리가 하얀 것 같다”고 기뻐했다.
이로써 김아림은 US여자오픈에 처음 도전해 챔피언이 된 역대 5번째 선수가 됐다. 앞서 패티 버그(1946년), 캐시 코닐리어스(1956년), 김주연(2005년), 전인지(2015년) 등 4명이 US여자오픈 데뷔무대에서 정상에 오른바 있다.
또 한국 선수로는 지난해 이정은에 이어 2년 연속 이자 역대 11번째 우승을 이뤄냈다.박세리(1998년), 김주연(2005년), 박인비(2008·2013년), 지은희(2009년), 유소연(2011년), 최나연(2012년), 전인지(2015년), 박성현(2017년), 이정은(2019년)의 뒤를 이었다. 우승상금은 100만 달러(약 10억9000만 원).
김아림은 “3라운드에서 아쉬운 플레이를 했기 때문에 오늘은 웬만하면 핀을 보고 쏴야겠다고 생각했다. 공격적으로 하겠다는 각오로 나왔는데 생각대로 잘 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또 “미국이라고 해서 굉장히 넓고 러프도 길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좁더라. 나무들도 생각보다 높아서 당황했지만 일찍 도착해서 대회를 준비할 시간적 여유가 많았다”고 덧붙였다.
경기 때 마다 밝은 표정에 ‘배꼽인사’로 유명한 김아림에게는 행운도 따른 쾌거였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지역예선을 치르지 못하면서 이 대회 출전 자격이 세계 랭킹 50위에서 75위로 확대되면서 김아림도 참가티켓을 잡았다. 출전기준이 됐던 7월 당시 김아림의 세계 랭킹은 70위였다. 현재는 94위.
US여자오픈에 출전해 첫 날 선두권(공동 3위)으로 마친 김아림은 2,3라운드에 주춤하면서 선두에 5타 뒤졌다. 역전우승이 쉽지 않아 보였지만 악천후로 하루 순연된 최종 라운드에서 특유의 공격적인 플레이로 강한 뒷심을 발휘했다. 특히 16, 17번 연속 버디에 이어 마지막 홀까지 3홀 연속 버디로 마무리하는 매서운 집중력을 과시했다.
올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드라이버 비거리 1위(259.5야드)에 오른 김아림은 1라운드에 퍼팅수를 25개까지 줄였고 마지막 날에도 퍼팅수 28개를 기록했다. 이번 대회 나흘 평균 드라이버 비거리는 255야드.
2018년과 지난해 KLPGA투어에서 각각 1승씩을 거두며 기대주로 주목받았지만 올해 국내 투어에서 무관에 그쳤지만 12월 US여자오픈 우승 트로피라는 최고의 선물을 거머쥐었다.
이 대회에서 한국 선수 최다인 2승을 거둔 박인비는 최종 합계 2오버파 286타로 이정은과 공동 6위로 마쳤다. 세계랭킹 2위 김세영(27)은 마지막 날 5타를 잃으며 공동 20위(6오버파 290타)로 미끄럼을 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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