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현대가 8년 만에 아시아 정상을 되찾으면서 K리그와 FA컵에서 모두 준우승에 그친 아쉬움을 털어냈다.
울산은 19일 오후(한국시간) 카타르의 알 자눕 스타디움에서 열린 페르세폴리스(이란)와의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2-1로 승리, 트로피의 주인공이 됐다. 지난 2012년 이 대회 우승을 차지했던 울산은 클럽 통산 2번째 ACL 정상에 올랐다. K리그는 2016년 전북현대 이후 4년 만에 챔피언을 배출했다.
그 어느 때보다 특별한 결승전이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극복하고 어렵사리 진행된 2020 ACL의 대미를 장식할 무대였는데, 전체 좌석 30%의 관중 입장까지 허용돼 분위기가 더 고조됐다.
기 싸움이 중요한 결승전, 양 팀 모두 킥오프와 함께 거칠게 맞붙으며 주도권을 잡기 위해 중원에서부터 치열하게 맞붙었다. 심판의 휘슬이 자주 울렸을 정도로 거친 장면도 많았다.
울산이 먼저 아주 좋은 찬스를 잡았다. 전반 8분 김인성의 돌파와 주니오의 감각적인 힐 패스로 만들어진 슈팅 찬스에서 윤빛가람이 오른발로 정확하게 감아 찼으나 골포스트를 맞고 밖으로 나갔다. 이 장면을 기점으로 울산이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전반 17분에도 오른쪽 측면을 파고든 김태환의 크로스가 문전 앞 주니오에게 배달되는 결정적 기회가 있었으나 헤딩 슈팅이 높았다. 전반 21분 윤빛가람의 대포알 왼발 중거리 슈팅은 골키퍼가 쳐내는 등 선수들의 몸놀림이 확실히 가벼웠다.
그러나 전반 25분을 넘어가면서는 경기는 다소 소강상태에 빠졌다. 페르세폴리스는 일단 울산의 상승세를 막는 것에 집중하는 쪽으로 포커스를 맞췄고 그 운영에 울산의 초반 맹렬함이 다소 주춤해졌다. 그러다 전반 막바지에 경기가 크게 요동쳤다.
전반 45분 울산이 불의의 일격을 당했다. 왼쪽 풀백 박주호의 볼 컨트롤 미스로 높은 곳에서 소유권을 넘긴 것이 빌미였고 메흐디 압디가 오른발로 시도한 슈팅이 블투이스 가랑이 사이를 뚫고 울산 골문 안으로 들어갔다. 울산 입장으로서는 맥이 빠질 그림이었는데 곧바로 천만다행인 상황이 발생했다.
전반 추가시간 울산의 마지막 공격 때 윤빛가람이 페르세폴리스 박스 안에서 수비수의 발에 걸려 넘어졌다. 처음에는 그대로 진행됐으나 VAR 판독 결과 파울로 정정, 페널티킥이 선언됐다. 키커는 K리그 득점왕 주니오. 주니오의 킥이 골키퍼에게 막혔으나 운 좋게 앞으로 흘렀고 재차 밀어 넣으면서 1-1을 만든 채 전반전을 마무리했다.
위기를 넘긴 후반전 초반, 울산 쪽에 또 행운이 찾아왔다. 전반 7분 이청용이 올린 크로스가 박스 안 주니오 쪽을 향할 때 페르세폴리스 메흐드 쉬리가 팔을 사용해 막아 또 다시 페널티킥이 선언됐다. 그리고 주니오가 키커로 나서 이번에는 깔끔하게 마무리, 울산이 역전에 성공했다.
만회골이 필요해진 페르세폴리스는 곧바로 라인을 올려 공격적으로 자세를 바꿨다. 한동안 울산은 수비하는 시간이 길었다.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울산 김도훈 감독은 후반 26분 박주호를 빼고 홍철을, 이청용 대신 이근호를 넣었다.
후반전 중반 이후는 페르세폴리스가 주도권을 잡고 울산이 일단 막아낸 뒤 역습을 도모하는 형태로 진행됐다. 울산은 후반 37분 주니오 대신 비욘 존슨을 넣었고 미드필더 신진호를 빼고 센터백 정승현을 넣으며 막는 것에 보다 집중하겠다는 복안을 드러냈다.
후반 40분이 넘어가면서 페르세폴리스는 공격 루트를 단순화했고 울산은 수비 숫자를 크게 늘렸다. 지켜야하는 울산, 일단 동점을 만들어야하는 페르세폴리스의 싸움이었는데 울산의 집중력이 더 높았다.
울산은 추가시간 5분이 다 지날 때까지 페르세폴리스의 파상공세를 잘 막아내 2-1로 승리, 8년 만에 아시아 정상에 복귀했다. 2인자 한을 씻은 울산은 우승 상금 400만 달러(약 44억원)와 함께 내년 2월 열리는 FIFA 클럽월드컵 출전권도 손에 넣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