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금왕을 거머쥐기까지 단 4개 대회면 충분했다. 여자골프 세계랭킹 1위 고진영(25·솔레어)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2020시즌 최종전인 CME그룹 투어 챔피언십에서 우승하며 화려한 피날레를 장식했다. 고진영은 21일 미국 플로리다주 네이플스 티뷰론GC(파72)에서 끝난 대회 4라운드에서 버디 7개, 보기 1개로 6타를 줄이며 최종 합계 18언더파 270타로 정상에 섰다. 공동 2위 김세영(27·사진)과 해나 그린(24·호주)을 5타 차로 따돌렸다.
시즌 첫 우승(통산 7승)으로 상금 110만 달러(약 12억 원)를 거머쥔 고진영은 총 166만7925달러(약 18억4000만 원)로 2년 연속 상금왕에 올랐다. 상금왕 2연패는 2012, 2013시즌 박인비 이후 처음이다. 고진영은 올 시즌 전체 18개 대회 중 4개 대회에만 출전했지만 가장 많은 총상금(550만 달러)이 걸린 US여자오픈에서 공동 준우승, 가장 많은 우승 상금이 걸린 이 대회에서 우승하며 2주 동안 두 대회에서 17억5000만 원을 받았다. 2003년 안니카 소렌스탐이 세운 역대 최소 대회 상금왕 기록(17개)도 깨뜨렸다.
지난 시즌 올해의 선수상, 상금왕, 평균타수상 등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하며 최고의 한 해를 보낸 고진영은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3월 귀국 이후 지난달까지 국내에만 머물렀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대회에도 6차례 출전했지만 무관에 머물렀다. 시즌 도중 스윙을 교정하기도 했다.
11월 미국으로 출국한 고진영은 투어 15번째 대회인 펠리컨 챔피언십에서 뒤늦게 처음 선을 보여 공동 34위로 마쳤다. 두 번째 대회인 VOC 클래식에서 단독 5위에 올랐을 때만 해도 시즌 상위 70명에게만 기회를 주는 투어 챔피언십 출전은 여전히 어려워 보였다. 지난주 US여자오픈에서 최소 4위를 해야 최종전 기회를 얻을 수 있었던 고진영은 공동 2위에 오르며 극적으로 최종전에 합류했다.
전날까지 김세영에게 1타 차로 뒤진 2위였던 고진영은 후반 들어 김세영이 11번홀(파4)에서 보기를 하는 사이 선두에 나선 뒤 12∼14번홀에서 3연속 버디를 따내며 기세를 올렸다. 고진영은 “친한 사람끼리 플레이를 하고 우승 경쟁을 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다”고 말했다.
마지막 18번홀(파4) 그린을 향할 때 이미 우승이 확정적이었던 고진영은 캐디 데이비드 브루커에게 ‘프로는 마무리까지 완벽해야 한다’는 로레나 오초아의 말을 전해 들었다. 브루커는 투어 통산 27승에 빛나는 오초아의 캐디 출신. 오초아처럼 버디 퍼트를 집어넣으며 특별했던 한 시즌을 끝낸 고진영은 오른손을 입에 맞춘 뒤 하늘을 향해 들어올리는 세리머니로 우승을 자축했다. LPGA투어 공식 홈페이지에 올린 스티브 유뱅크스 기자의 기사를 통해 “마지막 날 자주 입는 올 화이트 복장을 한 고진영이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모든 게 불확실한 어둠의 시대에 나타난 백기사 같았다”고 전했다.
고진영은 “미국 텍사스주에 집을 알아보고 있었는데 지금 미국 은행 통장에 잔액이 얼마 없다. 우승 상금으로 집을 살 수 있게 됐다”며 활짝 웃었다. 최근 텍사스주 프리스코에 있는 선배 선수 허미정(31)의 집에 머물렀던 고진영은 해당 지역에 집을 마련할 계획이다.
2∼4라운드에 줄곧 고진영과 동반 플레이를 펼친 세계 2위 김세영은 타이틀 방어는 놓쳤지만 생애 첫 ‘올해의 선수상’을 수상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