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홍명보…그는 ‘K리그에서’를 항상 염두에 두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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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년 12월 24일 17시 11분


행정가로 지내면서도 항상 지도자 복귀를 염두에 뒀던 홍명보 감독. 이제 울산에서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 뉴스1
행정가로 지내면서도 항상 지도자 복귀를 염두에 뒀던 홍명보 감독. 이제 울산에서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 뉴스1
한국 축구사에 빛나는 발자국을 남긴 레전드이자 영원한 캡틴으로 통하는 홍명보(51) 대한축구협회 전무이사가 지도자로 컴백한다.

울산 현대는 24일 “홍명보 감독을 팀의 제11대 감독으로 선임한다”고 발표했다.

지난 2017년 11월 대한축구협회 전무이사로 발탁돼 정몽규 회장을 도와 3년 여 행정가로 활동했던 홍명보 감독은 다시 지도자로 새 출발을 하게 됐다. 중국 항저우 뤼청의 지휘봉을 내려놓은 것이 2017년 5월이었으니 3년7개월 만의 복귀로, 홍 감독이 K리그 클럽을 이끄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한민국 축구 역사상 최고의 수비수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홍명보는 지도자로도 승승장구했다. 은퇴 후 2005년 국가대표팀 코치로 지도자 경력을 시작한 그는 연령별 대표팀 감독을 맡으면서 차근차근 경력을 쌓았다. 성과는 뚜렷했다. 2009년 이집트서 열린 FIFA U-20 월드컵에서는 8강에 올랐고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는 한국 축구사 첫 동메달 쾌거를 이뤘다.

2014 브라질 월드컵을 앞두고 자의 반 타의 반 대표팀 사령탑에 올라 결과적으로 실패의 쓴맛을 본 뒤 큰 홍역을 치렀으나, 당시는 조광래 감독으로 월드컵 예선을 시작해 최강희 감독이 소방수로 최종예선을 치르는 우여곡절이 있었다.

당시 상처가 꽤 컸으나 그래도 홍명보는 한국 축구사를 통틀어 가장 사랑받았고 또 성공한 선수이자 지도자 중 한명이었다. 한번 실패했다고 비난으로 팽할 수 없는 한국 축구의 귀한 자산이기도 하다.

그래서 2017년 11월 축구협회 전무이사로 부임했을 때 반응은 놀람이 많았다. 당시 축구협회를 향한 여론이 워낙 좋지 않았고 때문에 불구덩이로 뛰어드는 격이던 선택에 박수를 보내기도 했으나 동시에 ‘굳이 왜 지금’이라는 목소리도 들렸다.

그때 그는 “좋은 상황에서 시작하면 빛은 쉽게 날 수 있다. 그러나 어려운 상황이라고 해서 피해가는 것, 걱정 때문에 도망가는 것, 그것은 지금까지 내가 해왔던 선택의 기준에 있어 중요한 포인트는 아니다”는 말로 새로운 도전에 나서는 각오를 피력한 바 있다. 홍명보 스타일의 단면이다.

아울러 너무 빨리 지도자의 길을 접는 것 아니냐는 아쉬운 목소리도 있었다. 그러나 마침표는 아니었다. 천생 축구인 홍명보는 현장과 필드를 항상 품고 있었다. 홍 감독의 측근은 “(전무 일을 하면서도)당연히 감독에 대한 생각은 가지고 있었다. 다만 지금 당신이 해야 하는 일이 이것(협회 전무이사)이니 눈 돌리지 않고 최선을 다한 것”이라고 귀띔한 바 있다.

사실 현장에서 러브콜은 지난해 이맘때 강하게 찾아왔다. 그가 현역 때 화려한 시절을 보냈던 일본 J리그 복수 클럽에서 홍명보를 감독으로 영입하려 했다. 하지만 그는 “내가 전무이사로 재직하고 있는 상황에서, 내 소임이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협회를 떠나는 것은 도리가 아니다”라고 거절했다. 그리고 두 번째 이유는, ‘언젠가는 K리그에서’라는 생각이 있었기 때문이다.

언젠가 사석에서 홍명보 감독은 “나는 K리그를 통해 성장했고 K리그가 있었기 때문에 지금의 내가 있는 것”이라면서 “언젠가는 K리그에서 받은 사랑을 보답할 수 있는 기회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렇게(보답) 해야 한다고도 생각한다”며 사명감을 밝힌 바 있다. 그때가 찾아왔다.

실제로 홍 감독은 울산 구단을 통해 “국가대표와 연령별 대표, 해외리그 감독에 행정가까지 경험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경험했지만 마치 숙제를 하지 않은 것처럼 마음 한편에 불편함이 있었는데 그게 K리그 감독직이었던 것 같다”며 컴백을 결심한 이유를 설명한 뒤 “K리그에서 감독으로 공헌할 수 있게 된 점과 그 팀이 K리그를 선도하는 울산이라는 점에 대해 감사하게 생각한다”는 소감을 밝혔다.

편한 길을 썩 좋아하지 않는 축구인 홍명보의 새로운 도전이 또 시작됐다.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것이고 스스로는 또 많은 난관과 싸워야겠으나, K리그 전체적으로는 낭보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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