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이제 엿새밖에 남지 않았다. 전 세계적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때문에 스포츠 또한 우환질고(憂患疾苦·근심 걱정 질병 고생)로 가득한 2020년을 보냈다. 지난 1년 스포츠계를 고사성어로 정리해 봤다.
○ 간난신고(艱難辛苦·갖은 고초를 겪어 몹시 힘들고 괴로움)
도쿄 올림픽은 원래 올해 7월 23일 막을 올릴 예정이었지만 내년 7월로 연기됐다. 1896년 근대 올림픽 시작 이후 세계대전 때문에 대회 자체를 취소한 적은 있었지만 일정을 뒤로 미룬 건 이번이 처음이다. 부산에서 열릴 예정이던 세계탁구선수권대회를 비롯해 각 종목 국제 대회도 줄줄이 취소됐다. 각국 프로 스포츠도 마찬가지. 역사상 처음으로 무관중 경기를 치른 리그가 세계 곳곳에서 등장했다. 이에 따라 일부 선수들 연봉 삭감이 불가피했고, 입장 수입이 사라진 구단뿐 아니라 이벤트 업체, 구장 인근 자영업자 등 관련 업종이 경제적 어려움에 처했다.
○ 명불허전(名不虛傳·이름이 헛되이 전해지지 않음)
그러나 쇼는 계속되어야 하는 법. 코로나19를 뚫고 리그가 다시 막을 올리자 스타 선수들 활약이 이어졌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토트넘에서 활약 중인 손흥민(28)은 2019∼2020시즌 30공격포인트(18골 12도움)를 기록하면서 EPL을 대표하는 선수로 자리매김했다. 손흥민은 ‘73m 질주 원더골’로 한국 선수 최초로 푸슈카시상을 수상하며 최고의 골이라는 찬사를 들었다. 메이저리그 토론토에서 첫 시즌을 보낸 류현진(33) 역시 팀당 60경기씩만 치른 이번 시즌 5승 2패, 평균자책점 2.69를 기록하면서 시즌 최고 왼손 투수가 받는 워런스판상 주인공이 됐다. 여자골프 세계 1위 고진영(25)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4개 대회에만 출전하고도 2년 연속 상금왕을 차지했고, 김세영(27)은 생애 첫 올해의 선수에 뽑혔다. 프로축구 명가 전북은 K리그 사상 첫 4연패를 이뤘다.
○ 괄목상대(刮目相對·학식이나 재주가 놀랄 만큼 크게 늘어남)
코로나19로 ESPN 등을 통해 전 세계로 중계된 KBO 리그에서는 제9 구단 NC가 2013년 1군 진입 이후 처음으로 한국시리즈 정상을 차지하고, 2015년 1군 무대에 뛰어든 제10 구단 KT가 정규시즌 2위에 오르는 등 막내 돌풍이 거셌다. 또 겨울 종목 인기 콘텐츠로 자리 잡은 프로배구에서 여자부 인기가 남자부를 뛰어넘은 것 역시 눈에 띄는 일이다. ‘배구 여제’ 김연경(32)의 국내 복귀 등 흥행 호재도 많았다.
○ 망우보뢰(亡牛補牢·소 잃고 외양간을 고침)
감독과 선배 등으로부터 집단 가혹행위에 시달리던 트라이애슬론 유망주 최숙현이 6월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이후 선수를 폭행한 지도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최숙현법’이 국회를 통과하는 등 운동선수 인권 보호를 위한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수십 년간 되풀이되는 스포츠 현장의 악습을 없애는 데 한계를 지닌 정책이 이어지고 있다는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이번에도 외양간을 못 고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커지는 상황이다.
○ 천읍지애(天泣地哀·하늘이 울고 땅이 슬퍼함)
올해는 유독 갑자기 세상을 떠난 ‘스포츠 레전드’도 많았다. 미국프로농구(NBA) 스타 코비 브라이언트가 1월 27일 헬기 추락 사고로 42세의 짧은 생을 마감했다. 아르헨티나 축구 전설 디에고 마라도나는 11월 26일 심장마비로 눈을 감았다. 향년 60세였다. 과거 한국을 찾았던 두 거물은 국내에도 많은 팬들이 있어 추모의 물결이 일었다. 1982년 국제축구연맹(FIFA) 스페인 월드컵 때 대회 최우수선수(MVP)와 득점왕을 동시에 차지했던 이탈리아 축구 영웅 파올로 로시도 이달 10일 유명을 달리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