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제 모리뉴 토트넘 감독은 결과를 가장 중시하는 지도자다. 자타공인 철저한 실리주의자다. 누군가 축구의 아름다움을 망쳐놓는 ‘안티 축구’라 비난의 화살을 던지면 “볼점유율 운운은 축구 철학자들이나 하는 이야기”라면서 아랑곳없이 포인트를 쌓기 위해 팀을 이끈다.
덕분에 지금껏 수많은 트로피를 들어 올렸고, 특히 어떤 클럽이든 지휘봉을 잡은 뒤 2년차에는 확실한 결과물을 내왔다. 토트넘과 함께 하는 두 번째 시즌도 모리뉴 감독은 그의 스타일대로 팀이 운영되고 있다. 중위권 클럽 울버햄튼과의 경기가 그랬다.
일찌감치 리드를 잡은 모리뉴 감독은 확실하게 이기는 축구를 구사했다. 최근 정규리그 3경기 동안 승리가 없었기에 더 악착같이 이기고 싶던 모리뉴 감독이다. 그런데 경기 막판 승점 2점이 사라졌다. 공교롭게도 손흥민이 빠지고 실점하는 경기들이 늘어나고 있다.
토트넘은 28일 오전(이하 한국시간) 영국 울버햄튼의 몰리뉴 스타디움에서 펼쳐진 울버햄튼과의 2020-21 EPL 15라운드 원정에서 1-1로 비겼다. 손흥민은 선발로 출전해 후반 38분 라멜라와 교체 아웃될 때까지 83분가량 필드를 누볐는데, 손흥민이 벤치로 들어간 뒤 동점골을 내줘 무승부에 그쳤다.
승리했을 시 3위까지 오를 수 있었던 토트넘은 7승5무3패 승점 26점으로 5위에 만족해야했다. 맨체스터 시티와 승점이 같으나 득실차에서 앞서 있는 아슬아슬한 순위다. 울버햄튼은 6승3무6패 승점 21점으로 11위를 유지했다.
지난 13일 크리스털팰리스전 무승부(1-1) 이후 리버풀(1-2), 레스터시티(1-2)에 모두 패했던 토트넘은 무조건 승리가 필요했다. 또 다시 승리하지 못하면 선두권 경쟁에 타격을 입을 수도 있든 경기였는데 시작과 함께 반가운 골이 터졌다.
전반 1분 코너킥 상황에서 키커 손흥민의 발을 떠난 공이 박스 안으로 투입됐고 혼전 후 소유한 벤 데이비스가 뒤로 내준 것을 박스 외곽에서 은돔벨레가 오른발로 강하게 때려 울버햄튼 골망을 흔들었다. 이때 만들어진 1-0 스코어가 거의 경기 내내 유지됐다.
주도권을 쥔 쪽은 울버햄튼이었고 토트넘은 일단 막는 것에 집중하다 역습을 노렸다.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만회해야하는 울버햄튼이 공을 소유한 시간이 많아졌고 막는 것에는 일가견 있는 토트넘은 안정에 방점을 찍은 뒤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카운트어택을 노렸다.
믿을 수 있는 한방을 지닌 손흥민과 해리 케인을 제외하면 다른 선수들은 수비에 집중했는데, 집중 견제에 시달리면서 손흥민의 위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경기 후반부로 이르자 모리뉴 감독은 손흥민을 빼고 굳히기 모드를 택했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패착이 됐다.
모리뉴 감독은 후반 37분 손흥민을 빼면서 에릭 라멜라를 넣었다. 그런데 4분 뒤 울버햄튼 공격 상황에서 리드가 지워졌다. 후반 41분 코너킥 상황에서 로망 사이스가 앞으로 달려들면서 머리로 방향을 바꿔 놓아 굳게 닫혀 있던 토트넘 골문을 열었다.
토트넘은 추가시간 6분이 지날 때까지 공세를 높였으나 뜻을 이루지 못했고 결국 1-1 스코어 상황에서 심판의 휘슬이 울리며 승점 1점 획득에 그쳤다. 외려 종료 직전 추가실점 위기를 넘겨 역전패 하지 않은 것이 다행인 경기였다.
손흥민을 뺀 것이 무승부의 결정적인 원인이라 말하는 것은 무리가 있으나 결과적으로 이도저도 아닌 꼴이 됐다.
1-1이 된 후 다시 골이 필요해 공격에 힘을 싣고자 했으나 울버햄튼은 케인만 집중적으로 막으면 편했다. 손흥민이라는 다른 옵션의 빈자리가 컸다. 공격을 진행하다 역습을 허용해 위기를 내주기도 했다는 점에서도 수비가담 능력이 좋은 손흥민의 공백도 느껴졌다.
승리를 지키기 위해 손흥민을 불러들이고 다른 선수를 넣는데 자꾸 승리가 날아가는 경기들이 나오고 있다. 지난 13라운드 리버풀과의 경기도 그랬다. 모리뉴 감독은 1-1 균형이 이어지던 후반 41분 손흥민을 불러 들이고 델레 알리를 넣어 더 열심히 지키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으나 경기 막판 코너킥에서 피르미누에게 역전골을 허용해 1-2로 패했다.
어떻게든 이기고 싶어서 택한 결정인데 자꾸 헛발질이 나오고 있는 모리뉴 감독과 토트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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