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소형준, 2년차 최고 연봉 1억 4000만원에 담긴 비밀[이헌재의 B급 야구]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월 13일 15시 39분


참으로 부럽습니다. 불과 20살에 모든 직장인들의 꿈이라 할 수 있는 ‘억대 연봉자’가 됐으니 말입니다.

KT 위즈 구단은 12일 재계약 대상 선수들과의 연봉 계약 결과를 발표하며 고졸 2년차 투수 소형준과 1억 4000만 원에 계약했다고 밝혔습니다. 신인이던 지난해 2700만 원에서 5배 이상 오른 액수입니다. 무려 419%가 올랐습니다.

KBO리그 역대 2년차 최고 연봉 기록 보유자는 SK 투수 하재훈(31)입니다. 지난해 그는 1억 5000만 원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하재훈은 해외 유턴파였고, 나이도 적지 않았습니다.

사실상 소형준이 2년 차 최고 연봉자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고졸 선수 역대 2년차 최고 연봉자는 키움 이정후와 KT 강백호로 2018년과 2019년에 각각 1억 1000만 원, 1억 2000만 원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소형준의 연봉 1억 4000만 원이라는 어떻게 책정된 것일까요.

프로야구 각 구단은 모두 자체적인 연봉 산정 시스템에 따라 선수들의 연봉을 정합니다. 협상에 따라 약간의 차이가 날 수는 있지만 대개의 경우 구단이 산정한 결과에 따라 도장을 찍습니다.

소형준의 연봉이 크게 오른 가장 큰 이유는 당연히 성적입니다. 소형준은 신인이라는 타이틀이 무색하게 지난해 26경기에 출전해 13승 6패, 평균자책점 3.86이라는 눈부신 성적을 올렸습니다. 고졸 신인 투수가 10승 이상을 기록한 것은 2006년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토론토 블루제이스) 이후 처음입니다. 류현진은 그해 한화에서 18승 6패 1세이브에 평균자책점 2.23을 기록했지요.

하지만 KT의 연봉 시스템에 따라 소형준의 연봉을 산정하면 200%가량 인상된 약 7000만 원 정도가 나온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나머지 7000만 원은 일종의 프리미엄이라고 봐야겠지요.

우선 ‘신인왕 프리미엄’을 들 수 있습니다. 소형준은 올해 압도적인 표차로 신인왕에 뽑히면서 2018년 강백호에 이어 KT의 창단 후 두 번째 신인왕이 됐습니다. KT는 올해 창단 후 처음으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는데 그 과정에서도 소형준의 역할이 컸지요.

두 번째는 미래의 프랜차이즈 스타로서의 예우가 이유입니다. 소형준이 올해처럼 꾸준히 성장해 준다며 향후 10년간 팀은 물론 대한민국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투수가 될 수 있습니다. 10여 년 전 류현진이 그랬던 것처럼 말이지요. KT로서는 정말 모처럼 나타난 대형 투수를 일찌감치 팀의 대표 얼굴로 점찍고 그에 걸맞은 대우를 해줬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 그의 ‘인성’도 큰 영향을 끼쳤다는 후문입니다. 최고의 실력을 갖춘 소형준은 마운드에서는 물론이고 그라운드 밖에서도 무척 모범적인 선수입니다. KT의 한 관계자는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고 하는데 소형준 딱 그렇다. 선배들에게도, 프런트 직원들에게도 참 잘하는 선수”라고 했습니다.

아직 에이전트가 없는 소형준은 혼자 연봉 협상에 들어갔다가 단 5분 만에 계약서에 사인을 하고 나왔습니다. 연봉이 5배나 올라 있으면 누구라도 그럴 것입니다. 소형준이 잘 성장해 야구도 잘하고, 인성도 좋은 선수의 표본이 되길 기대합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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