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KCC는 최근 10연승과 함께 리그 단독 선두로 올스타 휴식기를 맞았다. KCC 전창진 감독(58) 개인적으로 10연승은 처음이다. 전 감독은 팀 상승세의 비결을 말하기에 앞서 달라진 자신의 모습부터 뒤돌아봤다.
15일 경기 용인 마북리 KCC체육관에서 만난 전 감독은 원주 TG, 동부와 KT 감독 시절 불같은 카리스마로 성적을 냈던 것과는 달리 욕심을 내려놓은 반전 리더십으로 우승에 도전한다고 했다. KCC는 2010∼2011시즌 챔피언전 우승 이후 무관에 그쳤다. 전 감독 개인적으로는 동부 감독 시절인 2007∼2008시즌 챔피언전 우승 후 의미 있는 도전이다. 변한 스스로를 ‘아저씨’에 비유한 그는 “예전에는 늘 자신만만했다. 무조건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했다. 그러나 5년간 농구계를 떠나 있으면서 ‘쿨 다운’이 많이 됐다”고 말했다.
전 감독은 이번 시즌 선수 각자의 장점을 믿는 소통을 우선으로 군더더기 없는 분명한 지시, 정확한 지적을 하며 선수단에 다가갔다. 전 감독은 “예를 들어 나는 스테픈 커리(골든 스테이트)의 플레이를 좋아하지 않지만 커리를 보고 자란 선수들은 그렇지 않다. 논쟁을 하면 내가 질 정도다. 이제는 선수와 대화로 맞춰 간다는 것이 상당히 중요하더라”고 했다.
전 감독의 스타일에 선수들이 행동으로 화답했다. ‘에이스’ 이정현은 경기당 득점이 12점에 불과하지만 도움 등 이타적 플레이가 두드러진다. 이정현이 공을 잡으면 나머지 선수들은 활발하게 빈 공간을 찾아 움직인다. 이정현이 아니어도 득점이 되는 농구가 팀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었다. 전 감독은 “시즌 전 단장님에게 ‘무조건 정현이 체제로 팀 체질을 개선하겠다’고 요청했다. 그러고는 정현이를 재발견했다. ‘허튼 공격은 말자’며 공격 흐름을 살려달라고 주문했는데 정현이가 잘 이행해 주고 있다”고 치켜세웠다.
에이스의 ‘내려놓음’에 1번 포인트 가드 유현준은 속공으로 쉽게 득점을 올리는 공격을 자신 있게 펼친다. 센터 라건아도 자신이 스크린(상대 수비를 가로 막는 움직임)만 잘해주면 쉽게 득점한다는 것을 알고 팀플레이에 더 집중하게 됐다. 포인트 가드에 어울리지 않았던 정창영은 2번 슈팅 가드로 포지션을 변경하면서 양념 같은 ‘식스맨’ 역할을 해주고 있다. 고졸 신화를 만들어 가는 송교창도 4번 파워 포워드로 상대 팀의 힘 있는 포워드들과 주저 없이 부딪치며 보이지 않는 공격포인트에 기여하고 있다. “오늘 경기도 리바운드를 이기자”는 전 감독의 명료한 캐치프레이즈도 효과를 보고 있다. KCC의 팀 리바운드는 경기당 42.1개로 10개 구단 중 1위다.
10연승의 기쁨과 긍정적인 팀 컬러의 변화에도 전 감독은 여전히 긴장이 된다고 했다. 전 감독은 “아직도 경기장만 들어가면 부들부들 떤다”고 했다. 접전이 벌어질 상황을 예상하고 1, 2개 히든카드를 더 준비해야 마음이 놓인단다. 연승 행진이 멈췄을 때 심리적으로 허탈해질 선수들을 다스릴 방법도 미리 구상해 놓고 있다. 시즌이 끝날 때까지 이 기분과 태도, 선수들에 대한 감사함을 유지하는 게 전 감독의 작은 목표다.
“요즘 임재범의 ‘비상(飛翔)’이라는 노래를 자주 듣고 있어요. 다시 한 번 날아보고 싶은 마음이 큰가 봅니다. 이 생각을 할 수 있게 기회를 준 구단과 팬들에게도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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