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식 한국 남자 농구 국가대표팀 감독(53·사진)과 추일승 대한민국농구협회 경기력향상위원장(58)이 동반 사임 의사를 밝혔다. 대표팀 선발 과정을 놓고 일부 구단의 반발이 이어지자 끝내 지휘봉을 내려놓기로 결정한 것이다.
김 감독과 추 위원장은 다음 달 18∼22일 필리핀에서 열리는 국제농구연맹(FIBA) 아시아컵 예선 일정을 마지막으로 자리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협회는 22일 12명의 대표팀 선수 명단을 발표했다. 곧바로 논란이 이어지자 23일 김 감독이 먼저 사의를 밝혔고, 24일 추 위원장이 뒤를 따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때문에 대표팀에 선발된 선수들은 한국농구연맹(KBL) 리그 참여에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방역수칙에 따라 국내 복귀 후 2주간 자가격리 기간을 포함해 3주간 국내 경기에 뛸 수 없기 때문. 순위 싸움에 한창인 구단들로서는 소속 선수들의 대표팀 차출이 달갑지 않은 상황이다.
김 감독은 “구단과 신뢰가 무너지는 것 같아 그만두기로 했다”면서도 “주력 선수 선발과 관련해서는 세밀하게 선수의 상황을 점검했고 경기력향상위원회 위원들과도 논의 과정을 거쳤다”고 설명했다. 대표팀 선발은 감독과 협회의 고유 권한으로 구단과 별도의 협의를 반드시 해야 하는 건 아니다.
협회는 사상 처음 ‘팀당 1명’의 선발 원칙을 세우기도 했다. 구단별 선수를 차출하는 데 있어서 형평성을 확보하기 위한 고육책이었다. 10개 구단에서 총 10명을 뽑고 상무와 고교에서 각 1명을 추가해 12명 엔트리를 맞추기로 한 것이다.
하지만 일부 구단은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코로나19 사태라는 특수성을 감안해 이번에는 예외적으로 구단 의견을 충분히 듣고 대표팀 선수를 선발했어야 했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팀별 1명’의 원칙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한 구단 감독은 “구단별로 1명씩 빼가더라도 차출된 선수나 포지션 등에 따라 형평성은 얼마든지 무너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논란이 계속되자 김 감독은 자리를 내려놓기로 했다. 한국 남자 농구 대표팀은 대회가 끝나면 곧바로 사령탑 공백 사태에 직면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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