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6차 동메달 7차엔 은메달
베이징겨울올림픽 1년여 앞두고 스타트 독보적 1위로 실력 입증
휠라서 새로 만든 경기화 신어… “걱정 반 기대 반 나섰는데 만족”
“폼은 일시적이지만 클래스는 영원하다.”
1959년부터 1974년까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리버풀을 이끌었던 전설적인 명장 빌 샹클리 감독(1913∼1981)이 남긴 이 명언은 ‘스켈레톤 황제’ 윤성빈(27·강원도청)에게도 해당한다. 2018 평창 겨울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윤성빈을 비롯한 한국 봅슬레이·스켈레톤 대표팀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면서 올 시즌 국제봅슬레이스켈레톤연맹(IBSF) 월드컵 대회 전반기 일정을 소화하지 못했다.
힘든 상황 속에서도 윤성빈은 11개월 만에 출전한 15일 제6차 대회(스위스)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역시 올림픽 챔피언”이라는 평가를 들었다. 그 다음 주 제7차 대회(독일)에서는 은메달을 따내 2주 연속 시상대에 올라 1년 가까운 공백을 무색하게 했다. 윤성빈은 시즌 첫 출전을 앞두고 “이번 시즌에는 성적을 내는 것보다 경기력을 유지하는 데 초점을 맞추겠다”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클래스’를 숨길 수는 없었다.
스켈레톤 같은 썰매 종목은 트랙 적응력이 성패를 가른다. 이 때문에 다양한 코스에서 경기를 벌이면서 ‘실전 감각’을 유지해야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윤성빈이 이번 시즌 초반 5개 대회를 건너뛰고도 이런 성적을 내는 데는 ‘특별한 비법’이 있었다. 바로 ‘스타트’다.
윤성빈은 이번 시즌 네 차례 레이스에서 모두 스타트 1위를 기록했다. 스켈레톤에서 스타트 구간 기록을 0.1초 줄이면 최종 성적은 0.3∼0.4초 줄어든다. 스켈레톤이 100분의 1초를 다투는 종목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무시하기 힘든 차이다.
윤성빈의 탁월한 스타트 기술은 본능적인 순발력, 강한 근력에 스파이크의 도움도 컸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스켈레톤 선수는 스타트 과정에서 미끄러운 얼음 위를 뛰어야 하기에 바닥에 스파이크가 달린 경기화를 신는다. 이 스파이크 강도와 경도, 핀 굵기와 재질 등이 경기력을 좌우한다. 뛰어난 기술을 갖추지 못한 제조사는 경기화를 제작하기 힘들다. 윤성빈을 비롯한 한국 대표팀 선수들은 이번 시즌부터 휠라에서 공급하는 맞춤형 경기화와 경기복을 사용하고 있다. 윤성빈은 “새 경기화를 신고 처음으로 공식전에 출전했기 때문에 솔직히 걱정 반, 기대 반이었다. 그런데 경기가 끝난 후에는 ‘내가 왜 걱정을 했나’ 싶을 정도로 만족스러웠다”고 말했다.
휠라는 2022년 베이징 겨울올림픽 전까지는 한국 대표팀이 입을 경기복 제작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휠라는 빙속 최강국으로 꼽히는 네덜란드 스피드스케이팅 대표팀 경기복도 제작하고 있다. 윤윤수 휠라 회장은 “네덜란드 대표팀 후원을 통해 축적한 기술력으로 세계 최고 수준의 경기복과 용품을 우리 선수들에게 제공해 최상의 컨디션으로 경기에 임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29일 오스트리아 인스브루크에서 열리는 월드컵 최종 무대인 8차 대회에 나서는 윤성빈은 “시즌 마지막 월드컵에서 좋은 분위기를 이어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다음 달 11일에는 독일 세계선수권에도 출전할 계획. 어느새 내년 2월 4일 개막하는 베이징 겨울올림픽이 1년 앞으로 다가왔다. 올림픽 2회 연속 영광을 향한 윤성빈의 질주가 본격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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