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지휘봉 잡자 신세계 매각 김 감독
명장 만수 감독은 6년 동안 4개 팀 파란만장
야구도 농구도 인천 연고 팀 변동 심해
프로야구 SK가 신세계 이마트로 매각되면서 김원형 감독(49)이 주목받고 있다. 지난해 11월 새롭게 SK 지휘봉을 잡은 김 감독이 남다른 인생 역정을 걸었기 때문이다.
전주고 졸업 후 1991년 지역 연고팀 쌍방울에 입단한 김 감독은 1999년 팀 해체의 비운을 겪은 뒤 2000년부터 SK 유니폼을 입고 전성기를 주도했다. 2007년과 2008년 한국시리즈 우승의 황홀한 경험을 가진 SK로 돌아와 지휘봉을 잡았을 때는 벅찬 감격이 밀려왔다. 하지만 불과 3개월도 안돼 SK가 이마트로 팀을 넘기는 믿을 수 없는 현실을 지켜봐야 했다.
이달 초부터 제주 서귀포에서 스프링캠프에 들어간 김 감독은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팀이 새로 출범하는 걸 3번이나 겪다니, 세계 야구사에 저 같은 사람이 또 있을까”하고 소회를 밝히기도 했다.
세계 야구사에 김원형 감독 같은 사람이 또 있는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농구 코트에선 “뭐 그 정도야”라고 미소를 지을 사령탑이 있다. ‘만수’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프로농구 현대모비스 유재학 감독(58)이다.
유재학 감독은 프로농구 초창기 6년 동안 네 개의 팀을 거치는 파란만장한 삶을 겪었다. 경복고와 연세대를 거쳐 1986년 기아(현 현대모비스) 창단 멤버로 입단한 그는 국내 최고의 포인트가드로 이름을 날리다가 1990년대 초반 조기 은퇴했다. 부상과 함께 팀 내 갈등에 휘말린 영향도 있었다. 연세대 코치를 하던 그는 1996년 대우증권 창단 코치를 거쳐 1998년 감독으로 내부 승진했다. 1996년 3월 5일 거행된 창단식은 서울 힐튼호텔에서 열렸다.
1997년 프로농구 출범 후 우지원, 김훈, 조성훈 등을 앞세워 돌풍을 일으킨 대우증권은 금융기관의 프로 구단 운영 규제 방침에 따라 신세기이동통신으로 매각됐다. 1999년 10월 8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창단식을 가진 신세기 빅스에서 유재학 감독은 임근배 코치와 호흡을 맞췄다. 신세기는 2000년 이동통신업계 통폐합에 따라 SK텔레콤으로 소속이 바뀐 뒤 다시 전자랜드가 인수하기에 이르렀다. 전자랜드는 2003년 10월 1일 서울 63빌딩에서 창단식을 개최했다.
40세였던 2003년까지 소속팀의 잇단 매각으로 네 차례나 주인이 바뀌게 되면서 그의 이력서는 어느새 빽빽이 채울 만큼 복잡해졌다. 당시 새로 만난 농구단 단장만도 7명. 창단식을 자주 갖다 보니 새 양복도 늘었다는 농담을 하기도 했다. 그래도 유재학 감독은 “어려운 여건이었지만 늘 기회가 주어진 건 행운이었다”며 긍정적으로 여겼다.
2004년 전자랜드를 4강으로 이끈 유 감독은 그 해 현대모비스로 둥지를 옮겨 17년 째 같은 팀을 이끌며 최장수 지도자가 됐다. 최다승, 최다우승 등 갖가지 기록을 세운 유 감독은 이번 시즌도 13일 현재 2위에 올라 정상을 넘보고 있다. 감독 초창기 우여곡절도 롱런에 도움이 됐다는 게 유 감독의 얘기다. 불안한 환경에도 코칭스태프와 선수를 하나로 모아야 했고, 구단과 협업 중요성도 터득하면서 지도자 역량을 키울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인천 연고 프로농구팀 감독 시절 챔피언결정전과 인연을 맺지 못한 유 감독은 국가대표 감독으로 인천에서 우승헹가래까지 받았다. 2014년 인천 아시아경기에서 유 감독은 대표팀을 12년 만의 금메달로 이끌었다.
기대를 모으고 있는 김원형 감독도 긴 안목을 지닌 명장으로 장수할 수 있을지 관심이 커지고 있다.
SK 와이번스의 매각으로 인천 야구도 새삼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1982년 프로야구 원년 시즌 삼미를 시작으로 청보, 태평양, 현대, SK를 거쳐 신세계까지. 한 팀이 40년 가까이 계속 둥지를 지키는 다른 도시 사례와 달리 유독 인천에는 변화의 바람이 끊이지 않았다.
유 감독의 사례처럼 프로농구 역시 프로야구만큼이나 인천에서 풍파를 겪어야 했다. 인천 연고 프로야구팀은 홈팬에게 한국시리즈 우승의 기쁨을 5차례 안겼다. 반면 인천 연고 프로농구팀의 챔피언결정전 정상 등극은 아직 없다.
인천은 송도고와 제물포고 등 농구 명문을 보유하고 있어 그동안 숱한 코트의 스타를 배출했다. 하지만 프로농구 출범 초창기 인천 연고팀의 부침은 심했다. 전자랜드가 그나마 18년 동안 명맥을 유지했지만 결국 이번 시즌을 끝으로 매각하게 돼 인수 구단을 물색하고 있다. 야구팬만큼이나 인천 농구팬들도 오랫동안 뿌리를 내릴 팀이 탄생하기를 기원하고 있는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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