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즈가 4라운드서 잘 입던 복장
필드에 검정 바지-빨간 셔츠 물결
자동차 사고 쾌유 빌며 동참 늘어
우즈 “TV로 보고 큰 감동 받아… 역경 이겨나갈 힘 됐다” 트윗
‘힘내라, 타이거.’
말하지 않아도 모두 같은 마음이었다. 1일 미국 플로리다주 브레이든턴 컨세션GC에서 열린 월드골프챔피언십(WGC) 워크데이 챔피언십 최종 라운드에서는 보기 드문 진풍경이 펼쳐졌다.
지난달 24일 불의의 차량 전복 사고로 두 다리 복합골절 등의 부상을 당해 수술을 받은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46)의 쾌유를 빌기 위해 약속이라도 한 듯 많은 선수들이 그의 상징인 빨간 셔츠, 검정 바지 차림을 한 것이다. 우즈는 빨간색이 힘을 줄 것이라는 태국 출신 어머니 쿨티다의 조언을 받아들여 어릴 적부터 최종 라운드가 열리는 날 빨간 셔츠, 검은 바지를 주로 착용해 왔다.
로리 매킬로이(32), 제이슨 데이(34), 토니 피나우(32) 등 주요 스타 선수들이 빨간 셔츠, 검정 바지 행렬에 동참했다. 매킬로이는 디펜딩 챔피언인 패트릭 리드(31)와 같은 색상의 옷차림으로 동반 플레이를 펼쳤다. 저스틴 토머스(28)는 우즈가 2019년 파머스 인슈어런스 최종일에 입었던 붉은 계열의 스트라이프 셔츠를 입었다. 미국 골프 전문 매체 ‘골프위크’는 이들의 ‘레드 블랙 드레스 코드’가 우즈의 쾌유와 복귀를 염원하는 의미의 ‘오마주’라고 표현했다.
이 밖에 브라이슨 디섐보(28)는 영어로 ‘타이거’ 글자가 적힌 골프공을 이날 경기에 사용했다. 갤러리들도 마찬가지였다. 빨간 셔츠에 검정 바지를 입거나 타이거를 응원하는 문구가 적힌 마스크를 쓴 팬들이 눈에 자주 띄었다.
이날 13년 만에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대회(게인브리지 챔피언십)에 나선 안니카 소렌스탐(51)도 빨간 셔츠에 검정 치마를 입고 최종 라운드를 치렀다. 소렌스탐의 캐디를 맡은 남편 마이크 맥기와 아들 윌도 같은 색상의 옷을 입었다. 소렌스탐과 우즈는 2001년 ‘빅혼의 결투’라고 명명된 남녀 혼성대결에서 한 팀으로 호흡을 맞춘 인연이 있으며 평소 전화 통화도 하며 절친하게 지내온 사이다.
미국프로골프(PGA)투어 푸에르토리코오픈에서는 아예 경기 진행 요원들이 단체로 빨간 셔츠와 검정 바지를 입었다.
보통 골프 대회에서 선수들은 같은 색상의 옷을 피하는 것이 관행이다. 특히 같은 조에 편성된 선수들은 비슷한 색깔조차 꺼린다. 골프위크는 “골프계에서 같은 옷을 입고 같은 조에서 경기하는 모습이 이날만큼은 흔한 광경이 됐다”고 보도했다.
우즈는 공식 트위터를 통해 “TV를 켜고 모두 빨간 셔츠 차림인 걸 봤을 때 얼마나 큰 감동을 받았는지 설명하기 어렵다. 역경을 이겨 나가는 데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모든 골퍼와 팬들에게 말하고 싶다”고 전했다.
한편 워크데이 챔피언십 우승은 콜린 모리카와(24)가 차지했다. 그는 최종 합계 18언더파 270타로 통산 4승을 수확했다. 주문한 빨간 셔츠의 배송이 악천후로 늦어져 회색 셔츠를 입은 모리카와는 “타이거는 나에게 모든 것을 의미한다”며 쾌유를 기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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