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A ‘아널드 파머’ 11언더 역전승
6번홀 377야드로 호수 또 넘기고, 11번홀 15m 파 퍼트로 선두 유지
볼거리-상금 두 토끼 모두 잡아… “크게 다친 우즈 응원문자 큰 힘”
단독 선두였던 마지막 18번홀(파4) 파 퍼트를 남겨두고 브라이슨 디섐보(28·미국)는 돌연 자세를 풀고 호흡을 가다듬었다. 1분 가까이 퍼팅 라인을 살피던 그는 침착하게 퍼팅을 했다. 1.6m를 굴러간 공이 홀 안으로 빨려 들어간 순간 디섐보는 두 손을 불끈 쥐고 포효했다. 앞서 6번홀(파5·565야드)에서 호수를 가로지르는 비거리 377야드(약 345m) 드라이버를 날렸을 때를 연상시켰다. 드라이버도 퍼팅도 스코어카드 위에선 모두 같은 1타라는 골프의 묘미를 보여주는 듯했다. 디섐보가 우승을 확정 짓는 순간이었다.
‘헐크’ 디섐보가 8일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 베이힐클럽&로지(파72)에서 끝난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아널드 파머 인비테이셔널에서 정상에 섰다. 1타 차 공동 2위로 맞이한 4라운드에서 버디 2개, 보기 1개로 1타를 줄이며 최종 합계 11언더파 277타로 노장 리 웨스트우드(48)에 1타 차 역전 우승을 거뒀다. 지난해 9월 US오픈 우승 이후 6개월 만에 통산 8번째 우승 트로피에 입을 맞췄다. 우승 상금은 약 19억 원.
이날도 초미의 관심사는 6번홀이었다. 전날 호수를 가로지르는 370야드 드라이버 티샷으로 갤러리들의 환호를 받았던 디섐보는 이날도 페어웨이를 노리는 우회 전략 대신 정면승부를 택했다. 다시 드라이버를 꺼내 든 그는 그린 방향으로 직접 공략에 나섰다.
드로가 걸린 샷은 호수를 훌쩍 넘어 페어웨이에 떨어진 뒤 그린 오른쪽 벙커에 빠졌다. 캐리 거리는 320야드로 전날 344야드에 미치지 못했지만 굴러간 거리를 합한 총 거리는 373야드로 전날에 앞섰다. 디섐보는 세컨드샷 미스로 투 온에 실패했지만 세 번째 샷을 홀 1m에 붙여 버디를 낚았다.
갤러리들은 그의 드라이버샷에 열광했지만 우승 원동력은 퍼팅이었다. 4번홀(파5)에서 약 11m 버디 퍼트를 성공하며 공동 선두에 오른 데 이어 11번홀(파4)에서는 무려 15m 파 퍼트를 성공하며 1타 차 선두를 유지했다. 시즌 평균 퍼팅 이득 타수 0.342로 전체 65위인 디섐보는 이날은 2.235를 기록했다. 이날 다른 선수들과 비교해 퍼팅으로 2타 이상 이득을 봤다는 의미다. 골프 격언에서 ‘드라이버는 쇼, 퍼팅은 돈’이라고 했던가. 디섐보는 볼거리와 상금, 두 토끼를 모두 잡았다.
우승 후 디섐보는 지난달 차량 전복 사고로 수술대에 오른 타이거 우즈(46)와의 일화를 소개했다. 이날 아침 우즈의 응원 문자를 받았다는 디섐보는 “힘든 시간에 처한 우즈가 나에게 문자를 보냈다는 게 놀라웠다. 우리는 얼마나 넘어지느냐가 아닌 몇 번을 다시 일어서서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느냐에 대해 이야기 나눴다.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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