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이너분이 테이핑을 잘해주셔서 감사했다. 선수라면 누구나 이 정도 통증은 가지고 있다. 진통제도 다른 선수가 먹는 정도로 먹었다.”
‘배구 여제’ 김연경(33·흥국생명)은 24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배구 2020~2021 V리그 여자부 플레이오프 3차전 경기가 끝난 뒤 이렇게 말했습니다. 김연경은 이날 오른손 부상으로 붕대를 감고 경기를 소화하고도 양 팀 최다인 23점을 올리면서 팀의 3-0(25-12, 25-14, 25-18) 승리를 이끌었습니다.
이 경기에서 김연경은 공격을 37개 시도해 22개를 성공시키는 동안 공격 범실을 하나밖에 기록하지 않았고 상대 블로킹에 막힌 건 한 번도 없었습니다. 이를 가지고 계산하면 공격 효율 0.568이 나옵니다.
프로배구 역사상 여자부 플레이오프 경기에서 30번이 넘게 공격을 시도하고 이보다 높은 공격 효율을 기록한 건 KT&G(현 KGC인삼공사)에서 활약했던 외국인 선수 몬타뇨(38·콜롬비아)뿐입니다. 몬타뇨는 2009~2010시즌 플레이오프 때 2차전에서 공격 효율 0.591, 1차전에서 0.574를 기록했습니다.
그런데 몬타뇨는 공격 전문 포지션이라고 할 수 있는 라이트였습니다. 반면 김연경은 수비까지 책임져야 하는 레프트입니다.
그러니까 레프트 가운데서는, 그리고 ‘토종’ 선수 가운데서는 그 누구도, 심지어 김연경 본인도, 플레이오프에서 이보다 공격 효율이 높았던 적이 한 번도 없었던 겁니다.
그전까지 김연경이 가장 높은 공격 효율을 남긴 플레이오프 경기는…
이번 시즌 1차전이었습니다. 김연경은 이 경기에서 공격 효율 0.533을 기록했습니다. 그리고 이 기록은 플레이오페 역대 4위에 해당하는 기록입니다.
그 이전에는 2008~2009시즌 1차전 때 0.429가 김연경 개인 최고 플레이오프 기록이었습니다. 챔피언결정전 기록까지 합쳐도 김연경이 ‘봄 배구’에서 이번 3차전보다 높은 기록을 남긴 적이 없습니다. 그전에는 2008~2009 챔프전 최종 4차전에서 때 0.565가 개인 최고 포스트시즌 기록이었습니다.
시리즈별로 나눠봐도 김연경은 이번 플레이오프에서 개인 최고 기록을 세웠습니다. 김연경은 이번 플레이오프 세 경기를 공격 효율 0.446으로 마쳤습니다. 이전에는 역시 2008~2009시즌 챔프전 네 경기에서 기록한 0.435가 개인 최고 기록이었습니다.
참고로 2008~2009시즌 챔프전 때 흥국생명 주전 세터는 ‘우승 청부사’ 이효희(41·현 한국도로공사 코치)였고, 이번 플레이오프 때는 데뷔 6년 만에 처음으로 세트 시도 1000개를 넘긴 김다솔(24)이었습니다. 플레이오프 때도 호흡이 잘 맞지 않아 김연경이 왼손으로 공을 처리하기도 했지만 챔프전행 티켓을 따내는 데는 문제가 없었습니다.
김연경은 “김다솔을 칭찬하고 싶다. 좋은 토스(세트)가 많았다. 큰 경기라 많이 긴장했을 텐데 자기 역할을 잘해줬다”며 ‘느닷없이’ 주전 세터 자리를 맡아야 했던 후배를 챙겼습니다.
과연 김연경이 김다솔에게 ‘우승 세터’ 타이틀까지 선물할 수 있을까요? GS칼텍스와 흥국생명이 맞붙는 올해 챔프전 1차전은 26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막을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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