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칼텍스의 짧은 서브 vs 흥국생명 김미연의 리시브, 어느 쪽이 이길까 [발리볼 비키니]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3월 26일 11시 26분


프로배구 2020~2021 V리그 여자부 정규리그 정상을 차지한 GS칼텍스 선수단. GS칼텍스 제공
프로배구 2020~2021 V리그 여자부 정규리그 정상을 차지한 GS칼텍스 선수단. GS칼텍스 제공
계단식 포스트시즌을 채택하고 있는 프로 스포츠 리그에서 챔피언결정전은 일반적으로 ‘정규리그 1위 팀 대관식’에 가깝다. 프로야구에서 계단식으로 포스트시즌을 진행한 뒤 한국시리즈 우승팀을 가린 건 총 30번. 이 가운데 정규리그 1위가 아닌 팀이 ‘업셋’에 성공한 건 5번(16.7%)밖에 되지 않는다.

프로배구 여자부 챔프전은 예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때문에 서둘러 일정을 마무리한 지난(2019~2020) 시즌을 제외하고 챔프전은 총 15번 열렸다. 이 가운데 정규리그 1위 팀이 아니라 플레이오프 승리 팀이 ‘왕관’을 차지한 게 8번(53.3%)으로 절반을 넘는다. 정규리그 1위 팀이 챔프전 직행 티켓을 따내며 휴식을 얻게 된 것만큼이나 경기 감각을 잃어버린 게 승부에 큰 영향을 끼쳤다.

선수단에게 작전 지시 중인 GS칼텍스 차상현 감독. 한국배구연맹(KOVO) 제공
선수단에게 작전 지시 중인 GS칼텍스 차상현 감독. 한국배구연맹(KOVO) 제공

이번 시즌 GS칼텍스를 정규리그 1위로 이끈 차상현 감독 역시 이 점을 잘 알고 있다. 차 감독은 “1차전 첫 세트 안에 우리만의 리듬을 찾는 게 중요하다”면서 “김연경(33) 또는 김미연(30)에게 서브를 집중시키고 브루나(22)의 공격 성공률을 떨어뜨릴 방법을 찾겠다”고 말했다.

이런 방법이 하나만 있는 건 아니겠지만 그중 하나는 ‘짧은 서브’가 될 수 있다. 실제로 GS칼텍스는 6라운드 맞대결 때 이 전술로 김연경의 공격 가담 기회를 줄이는 데 성공했다. 진행 과정은 이랬다. ①왼쪽 어택라인 앞으로 떨어지는 서브를 넣는다 → ②김연경이 달려와 이 서브를 받는다 → ③흥국생명 선수 구성상 코트 오른쪽은 신경 쓸 필요가 거의 없다 → ④코트 가운데 블로킹벽을 치고 브루나가 걸려들기를 기다린다.

SBS스포츠 중계화면 캡처
SBS스포츠 중계화면 캡처

만약 다른 선수가 이 서브를 받을 때는 김연경의 공격 효율을 떨어뜨리는 데 집중한다. 그 과정은 이렇다. ①코트 왼쪽에 김연경 공격에 대비해 블로킹 벽을 만든다 → ②그 뒤로 촘촘히 수비망을 만들어 디그 확률을 높인다 → ③디그에 성공하면 강소휘(24) - 러츠(27) - 이소영(27) 삼각편대 가운데 한 명이 반격을 마무리한다.

SBS스포츠 중계화면 캡처
SBS스포츠 중계화면 캡처

어떻게 보면 아주 일반적인 접근이지만 이 전술을 김연경이 전위에서 힘을 쓰기 어렵게 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번 시즌 정규리그 때 김연경은 상대 서브를 받은 뒤 자신이 본인이 직접 공격했을 때 효율(0.491)이 가장 높은 선수였다. 이런 공격이 20번 이상인 선수 가운데 성공률(54.5%)이 50%를 넘어가는 것도 김연경 한 명뿐이었다.

또 흥국생명은 김연경이 전위에 있을 때와 후위에 있을 때 전혀 다른 팀이 된다는 점에서도 그렇다. 플레이오프 세 경기에서 김연경이 전위에 있을 때 흥국생명은 공격 효율 0.363을 기록했다. 양효진(32·현대건설·공격 효율 0.366)급 공격력을 선보였던 것이다. 반면 김연경이 후위로 물러났을 때 흥국생명 팀 공격 효율은 0.199가 전부였다. IBK기업은행 김주향(22)의 올 정규시즌 공격 효율이 0.203이었다.

상대 서브를 받고 있는 흥국생명 김미연(왼쪽). 한국배구연맹(KOVO) 제공
상대 서브를 받고 있는 흥국생명 김미연(왼쪽). 한국배구연맹(KOVO) 제공

그래서 거꾸로 흥국생명으로서는 김연경과 대각에 서는 = 전·후위가 항상 반대인 ‘야미’ 김미연의 활약이 중요하다. 학교 폭력 사태로 이재영-이다영 쌍둥이 자매(이상 25)가 빠진 뒤 27.7%를 기록했던 김미연의 서브 리시브 점유율은 플레이오프 들어 51.2%로 치솟았다. 부담만 늘어난 게 아니다. 서브 리시브 효율 역시 같은 기간 20.5%에서 33.6%로 올랐고, 공격 효율도 0.169에서 0.222로 좋아졌다.

한 남자부 감독은 “2016~2017시즌 챔프전 때 (당시 IBK기업은행 소속이던) 김미연이 없었다면 IBK기업은행이 우승 못 했다고 본다”면서 “김미연은 여전히 ‘이재영이 있었으면 우리 감독은 나를 쓰지 않았을 거야’라고 생각하고 뛸지 모른다. 자기 기량을 전부 발휘할 수 있도록 빨리 그 마음을 없애주는 게 중요하다. 그 심정을 알기에 김연경도 미디어 데이 때 김미연을 키 플레이어로 꼽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흥국생명을 상대로 제대로 힘을 쓰지 못한 GS칼텍스 강소휘. 한국배구연맹(KOVO) 제공
흥국생명을 상대로 제대로 힘을 쓰지 못한 GS칼텍스 강소휘. 한국배구연맹(KOVO) 제공

GS칼텍스에 제일 중요한 마음가짐은 역시 ‘하던 대로’라고 할 수 있다. 흥국생명이 기세가 무섭다고 해도 ‘어우흥’이라고 평가받던 그 시절과는 전력이 다른 게 사실이다. 삼각편대 가운데서는 강소휘가 조금 더 분발할 필요가 있다. 강소휘는 정규 시즌 때 흥국생명을 상대로 공격 효율 0.214를 기록하는 데 그쳤다. 5개 상대 팀 가운데 가장 낮은 기록이다. 반면 러츠는 흥국생명을 상대로 가장 좋은 공격 효율(0.372)을 남겼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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