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자축구의 사상 첫 올림픽 본선무대 진출의 꿈은 또 좌절됐다. 하지만 얻은 것도 많았다. 콜린 벨 감독 체제 하에서 여자축구 수준이 전반적으로 발전했음을 확인할 수 있었고 무엇보다 ‘영건’ 골잡이 강채림(23·인천현대제철)의 발견은 값진 수확으로 꼽힌다.
한국 여자축구 대표팀은 13일 중국 쑤저우 스타디움에서 열린 중국과의 도쿄 올림픽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90분을 2-1로 앞선 뒤 연장에 들어갔으나, 연장전에서 동점골을 내주고 2-2로 비겼다.
1차전을 1-2로 패했던 한국은 1·2차전 합계 3-4로 뒤져 도쿄행 티켓 획득에 실패했다.
그야말로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에 가까웠던 내용이었다. 무엇보다 눈길을 끄는 것은 플레이오프 1~2차전에서 모두 골을 기록한 공격수 강채림의 활약이다.
강채림은 지난 8일 고양서 열린 PO 1차전서 지소연(첼시 위민)의 전방 패스를 받아 그림 같은 원더골을 터트렸다.
이어 2차전에서도 0-0으로 팽팽하던 전반 31분, 조소현(토트넘 위민)의 왼쪽 측면 돌파에 이은 땅볼 크로스를 절묘하게 방향만 바꾸는 절묘한 왼발 슛으로 연결, 골망을 흔들었다.
두 골 모두 완벽한 슈팅 타이밍에서 나온 환상적인 득점이었다.
이번 대회는 이른바 한국 여자축구의 ‘황금세대’로 불리는 지소연, 조소현, 심서연(스포츠토토), 김정미(인천현대제철) 등의 마지막 올림픽 도전이었다. 3년 뒤 파리 올림픽이 있다고 하지만 현재 주축 선수들의 나이가 어느덧 30대 초중반에 이으렀기에 다음 대회에 또 나선다고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강채림의 비상은 고무적인 일이다.
아직 20대 초반인 강채림은 지난 2019 국제축구연맹(FIFA) 프랑스 여자월드컵에도 출전하는 등 일찌감치 많은 기대를 받았던 유망주였다. 그런데 벨 감독 체제에서 어엿한 주전 공격수로 우뚝 섰고,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벨 감독은 “이번 대회에서 비록 올림픽 진출이 무산됐지만 배운 점이 많다”며 “선수들이 더 큰 자신감을 가졌으면 한다”고 독려했다. 아픔 속 자신감을 채울 수 있는 선두주자는 단연 강채림이다.
큰 경기 경험을 통해 한 층 성장한 강채림이 한국 여자 축구를 대표하는 간판 골잡이로 대성할 수 있을지 팬들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