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정부의 강력한 압박에 EPL 6개 구단 잇달아 탈퇴
구단측 성난 팬들에 사과까지… 스페인-伊 6개 팀만 남게 되자
슈퍼리그 측도 “다시 검토”
유럽 축구계를 뒤흔들었던 유러피안 슈퍼리그(ESL) 반란은 이틀 만에 막을 내렸다. 정치계는 물론이고 축구팬들까지 반대하는 것에 부담을 느껴 백기를 든 것이다.
ESL은 21일 공식 성명을 통해 “현대 축구계는 변화가 필요하다. 우리는 현재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기 때문에 새 대회를 제시한 것뿐이다”며 “새 대회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인한 재정 문제를 극복하고 발전하는 것이 목표였다”고 서두를 밝혔다. 이어 “프로젝트를 재편하기 위해 적절한 조치를 다시 고려해야 한다. 우선 프로젝트를 재구성하기 위해 다시 검토에 들어갈 것이다”고 강조했다.
ESL의 잠정 중단 선언은 당초 동참하기로 했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6개 구단이 전원 탈퇴한 영향이 컸다. 맨체스터시티가 맨 먼저 창립 멤버 철수 소식을 전한 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토트넘, 리버풀, 첼시, 아스널도 불참을 발표했다. 대니얼 레비 토트넘 회장은 “ESL 창설로 불안과 분노를 불러일으킨 것에 대해 유감이다”고 말했다. 아스널도 “우리가 실수했다. 올바른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는 것을 인정한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19일 ESL 창설을 알린 12개 팀 가운데 레알 마드리드, 바르셀로나,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이상 스페인), 유벤투스, 인터밀란, AC밀란(이상 이탈리아) 6개 팀만이 남게 됐다.
미국 대형 금융사 JP모건이 46억 파운드(약 7조1309억 원)를 투자할 ESL은 창설을 밝히자마자 거센 반발을 일으켰다. 유럽축구연맹(UEFA)과 유럽 각국 주요 축구협회는 물론이고 국제축구연맹(FIFA)도 강력한 반대 의사를 밝혔다. 특히 FIFA는 “ESL 참가 구단은 국내외 리그나 국제대회 참가가 금지될 수 있다. 또 해당 구단에 속한 선수들은 자국 국가대표팀에서 뛸 수 없다”고 경고했다. 토트넘에 속한 손흥민을 비롯해 리오넬 메시(바르셀로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유벤투스) 등이 자칫 대표팀에서 뛸 수 없는 상황이 되면서 선수들도 반대 의사를 나타냈다. 리버풀 주장 조던 헨더슨은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우리는 ESL을 좋아하지도 원하지도 않는다. 이건 우리 모두의 의견이다”라고 밝혔다. 축구팬들도 유럽 축구 시스템 붕괴 우려에 곳곳에서 대규모 항의 시위를 펼치며 압박했다.
EPL 6개 구단의 철회 결정은 영국 정치계까지 나서며 강한 제재를 예고했기 때문이라는 것이 영국 언론들의 분석이다. 20일 올리버 다우든 영국 문화장관은 “ESL 출범을 막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하겠다”며 “지배구조 개혁부터 경쟁법까지 모든 사안을 들여다보고 있다”며 6개 구단에 행정 및 재정적 압박을 예고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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