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에 그리던 메이저리그 첫 등판…선발 7실점에 3회 2사서 나와
4와 3분의 1이닝 2실점으로 막아…“너무 재미있게 잘 던지고 내려와”
베이브 루스 이후 100년 만에…홈런 선두 ‘오타니’ 선발 등판
“초등학교(광주 학강초) 때 급식 줄이 너무 길었어요. 그런데 야구부 친구들은 유니폼을 입고 걸어가 줄을 서지 않고 급식을 딱 받는 거예요. ‘아, 야구부에 들어가면 줄을 안 서고 급식을 먹을 수 있구나’라는 생각에 야구를 시작했어요.”
프로야구 KIA에서 14년 통산 147승 95패 평균자책점 3.83을 남기며 에이스로 활약한 양현종(33)이 초교 5학년 때 처음 야구를 시작한 이유는 이랬다. 이로부터 22년이 지나 양현종은 여느 초특급 호텔이 부럽지 않은 메이저리그(MLB) 선수단 뷔페식당을 마음껏 이용할 수 있는 자격을 얻었다.
양현종이 한국 국적 선수로는 25번째로 MLB 무대에 섰다. 양현종은 27일 미국 텍사스주 알링턴 글로브라이프필드에서 열린 메이저리그 안방경기에서 소속팀 텍사스가 LA 에인절스에 4-7로 끌려가던 3회초 2사 2, 3루 상황에 팀 두 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올랐다. 텍사스와 계약을 맺고 미국으로 건너간 지 188일 만에 맞이한 MLB 데뷔전이었다. 2014시즌이 끝난 뒤 포스팅(비공개 경쟁 입찰)을 통해 처음 MLB 문을 두드렸을 때부터 따지면 6년 반 가까이 걸려 꿈을 이룬 셈이다.
등번호 36번 유니폼을 입고 나온 양현종은 앤서니 렌던(31)을 상대로 자신의 MLB 데뷔 첫 공을 던졌다. 몸쪽 높은 코스로 날아간 시속 89.6마일(약 144.2km)짜리 속구였다. 5구 승부 끝에 렌던을 2수루 뜬공으로 잡아낸 양현종은 이후 7타자 연속 범타를 기록하면서 MLB 데뷔 첫 2와 3분의 1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냈다. 4회초에는 선두 타자 제러드 월시(28)가 때린 직선 타구를 직접 잡아내며 순발력을 자랑하기도 했다.
그러나 6회초 선두타자로 나온 오타니 쇼헤이(27)에게 3루수 앞에 떨어지는 번트 안타를 내준 뒤 흔들리기 시작했다. 다음 타자 마이크 트라우트(30)에게 내야 안타를 허용하면서 무사 1, 2루에 몰린 양현종은 다음 타자 렌던을 좌익수 뜬공으로 잡아냈지만 월시에게 워닝 트랙에 떨어지는 2루타를 얻어맞으면서 MLB 데뷔 후 첫 실점을 기록했다. 7회초에도 선두타자 호세 이글레시아스(31)에게 좌중간 담장을 넘어가는 1점 홈런을 얻어맞았다. 양현종은 결국 4와 3분의 1이닝 5피안타 2실점 1탈삼진으로 데뷔전을 마쳤다.
양현종은 경기 뒤 “류현진(34·토론토) 형에게 문자 메시지 2개가 왔었다. 콜업 축하하고 잘 던졌다는 내용이었다”며 “안타를 많이 맞기는 했지만 첫 등판치고는 너무 재미있게 잘 던지고 내려온 것 같다. 앞으로도 자주 던져서 팬, 구단, 선수들에게 좋은 선수로 기억에 남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스프링캠프 때 커브가 좋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오늘은 한 개도 던지지 않았다. 앞으로는 더 많은 구종을 무기로 상대 타자가 더 힘들어할 수 있게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양현종은 이날 속구 32개, 슬라이더 18개, 체인지업 16개 등 총 66개를 던졌고 그중 44개(66.7%)가 스트라이크였다.
한편 홈런 7개로 MLB 홈런 공동 1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던 오타니는 이 경기에서 에인절스 2번 타자 겸 선발 투수로 출전하면서 1921년 6월 15일 베이브 루스(1895∼1948) 이후 100년 만에 처음으로 홈런 1위 선수가 선발 등판하는 기록을 남겼다. 오타니는 이날 타석에서는 홈런을 추가하는 데 실패했지만 5이닝 4실점 9탈삼진을 기록했다. LA 에이절스가 9-4로 이기면서 오타니는 2018년 5월 21일 이후 첫 승리를 수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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