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틀랜타전 7이닝 1실점 3승째
다양한 변화구로 타자 허 찔러
시속 127∼138km 커터 큰 위력… 홈런 맞았지만 94구로 6K 요리
타석선 두 차례 모두 삼진 물러나
메이저리그(MLB)의 전설적인 왼손 투수 톰 글래빈(55·은퇴)은 빠른 공 평균 구속이 시속 140km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하지만 메이저리그에 24명밖에 없는 300승 클럽 회원이 됐다. 그는 “야구를 향한 나의 열정은 스피드건에 찍히지 않는다”는 명언을 남겼다.
13일 애틀랜타를 상대로 마운드에 오른 류현진(34·토론토)도 투수에게는 속도보다 중요한 게 있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이날 애틀랜타의 트루이스트파크에서 열린 방문경기에 선발로 나선 류현진의 패스트볼 평균 구속은 시속 144km였다. 가장 빠른 공이 147km가 찍혔다. 160km 이상 강속구 투수가 넘쳐나는 메이저리그에서는 오히려 느린 공을 던진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날 류현진은 패스트볼과 컷 패스트볼(커터), 체인지업, 커브 등 4개 구종을 골고루 구사하며 스트라이크 존을 넓게 활용해 상대 타선을 압도했다. 7이닝 5피안타 1볼넷 1실점으로 호투했다. 삼진을 6개 잡아냈고, 94개의 공밖에 던지지 않았다. 류현진은 2-1로 앞선 8회초 공격에서 교체됐는데 팀이 4-1로 승리하면서 시즌 3승째(2패)를 따냈다. 시즌 평균자책점은 3.15에서 2.95로 좋아졌다. 아울러 한미 통산 160승도 달성했다.
류현진은 그리 빠르지 않은 패스트볼 사이에 다양한 변화구를 섞어 던지며 상대 타자들의 타이밍을 무너뜨렸다. 특히 커터의 스피드를 조절한 게 큰 효과를 봤다. 커터 속도를 최저 127km부터 최고 138km까지 자유자재로 구사했다. 경기 후 류현진은 이에 대해 “경기 전 준비한 부분인데,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 어떻게 보면 슬라이더라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찰리 몬토요 토론토 감독은 “류현진이 원래 모습으로 돌아왔다”며 “류현진이 다음에 어떤 공을 던질지 아무도 알 수 없다. 적은 투구 수로 계속 스트라이크를 던지며 타자들의 밸런스를 무너뜨렸다”라고 칭찬했다.
상대 선발 맥스 프리드도 6이닝 1실점으로 호투하면서 이날 경기는 2시간 42분 만에 끝났다. 이번 시즌 35경기를 치른 토론토의 평균 경기 시간은 약 3시간 4분이었다. 캐나다 매체 스포츠넷은 “오늘 같은 경기가 많아진다면 경기 시간 단축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호평했다.
이날 옥에 티는 윌리엄 콘트레라스에게 허용한 솔로 홈런이었다. 류현진은 0-0 동점이던 5회말 선두 타자 콘트레라스에게 체인지업만 3개 연속 던지다가 홈런을 맞았다. 토론토는 6회초 마커스 세미언의 2루타로 동점을 만들었다. 테오스카르 에르난데스는 7회 역전 솔로 홈런과 9회 쐐기 2점 홈런을 연달아 쳐내며 류현진의 승리를 도왔다.
인터리그로 열린 이날 경기에 류현진도 모처럼 타석에 들어섰으나 두 차례 모두 삼진으로 물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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