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수 나종덕은 끝내 꽃을 피우지 못했지만 투수 나균안은 다르다. 포지션을 바꾼 지 불과 1년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괄목성장, 1군 선발진의 한 자리도 꿰찼다. 이제는 나쁜 이야기보다 좋은 이야기를 훨씬 많이 듣는다.
포수 나종덕은 롯데 자이언츠의 아픈 손가락이었다. 그는 용마고를 졸업하고 2017년 신인 2차 드래프트 1라운드 3순위로 롯데에 입단했을 때 큰 기대를 받았다. 대형 포수로서 잠재력을 갖췄다는 평가가 주류였고 롯데도 “10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포수를 잡았다”고 들뜬 반응이었다.
포수 나종덕은 ‘포스트 강민호’의 1순위로 꼽히며 2018년과 2019년에 100경기 이상을 뛰었다. 하지만 자리를 잡지 못했다. 부족한 경험에 어려움을 겪었고, 롯데는 최대 약점이 된 포수 이야기로 시끄러웠다.
시련을 겪었던 그는 “포수로서 세 번의 시즌을 치르면서 내가 잘했던 부분은 하나도 없었던 것 같다. 모든 게 부족했다”며 채찍질을 했다. 그러나 이제 그의 역할은 공을 받지 않고 던지는 것이다.
포수 나종덕은 지난해 2월 호주 스프링캠프 도중 왼 팔목 유구골 골절로 조기 귀국한 뒤 포수 미트를 정리했다. 처음에는 재활 기간 어깨 강화를 위해 투구 훈련을 병행했는데 투수로서 가능성을 발견했고 포지션을 바꿨다. 나균안으로 개명까지 하며 새롭게 출발했다.
투수 나균안은 빠르게 자리를 잡아갔다. 지난해 퓨처스리그에서 15경기 3승 4패 평균자책점 3.29를 기록, 기대감을 높였다. 선발투수로 긴 이닝까지 소화하며 기대 이상의 호투를 펼쳤다.
래리 서튼 감독은 지난달 1군 지휘봉을 잡은 뒤 나균안을 선발투수로 활용하고 있다. 지난해 퓨처스팀에서 선발투수 나균안의 경쟁력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지도자였다.
나균안은 데뷔 첫 1군 선발 등판이었던 5월 15일 사직 KT위즈전에서 5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으며 기대에 부응했다. 5월 26일 사직 LG 트윈스전에서 4⅓이닝 3실점으로 주춤했지만, 6일 후 ‘승리투수’가 됐다.
1일 고척 키움 히어로즈전에 나가 6⅔이닝 3피안타 3볼넷 4탈삼진 무실점으로 팀의 3-0 승리를 이끌었다. 나균안은 직구, 투심, 커브, 슬라이더, 체인지업, 포크볼 등 다양한 구종을 던지며 키움 타선을 꽁꽁 묶었다. 롯데는 나균안의 호투에 힘입어 8경기 만에 승리 세리머니를 펼쳤다.
나균안의 선발 3경기 평균자책점은 1.69인데 롯데 국내 선발투수 중에서 가장 뛰어난 성적이다. 매번 연패를 막아야 하는 상황에서 등판해 역투를 펼쳤는데 동료들은 그에게 ‘1선발 같다’며 호평을 아끼지 않았다.
부담감을 이겨내지 못하는 포수 나종덕의 실망스러운 플레이에 비난했던 롯데 팬들도 이젠 달라졌다. 투수 나균안의 호투에 환호했고 박수로 찬사를 보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칭찬 한 번 듣기도 어려웠던 걸 고려하면, 놀라운 반전이다.
나균안이 1년 만에 갑작스럽게 잘할 수 있던 건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는 키움전을 마친 뒤 “뒤늦게 투수를 시작한 만큼 많은 노력이 필요했고 그래서 진짜 열심히 훈련했다”며 “내가 잘 던져서 팀이 이겼다니 정말 기쁘고 행복하다”고 말했다.
나균안은 1년 전 부담감을 느끼지 않고 야구만 생각해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기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노력의 보상을 받았으며, 이제 포수가 아닌 투수로서 롯데에 꼭 필요한 선수가 되었다. 나균안이 마운드에서 공을 던질 때마다 그의 존재감은 점점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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