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스포츠클라이밍의 ‘신동’ 서채현(18·신정고)은 요즘 매일 양손에 고마움을 크게 느낀다. “지문이 닳아 버린 열 손가락이지만 수없이 벗겨지고 까져도 암벽을 잡을 수 있도록, 또 오를 수 있도록 버텨주고 있어요. 조금만 더 힘을 내달라는 부탁을 자주 해요.”
서채현은 대회 개막이 50일 앞으로 다가온 도쿄 올림픽에서 첫 정식 종목이 된 스포츠클라이밍 국가대표로 출전한다. 금메달은 남녀 1개씩이 걸려 있고 스피드와 볼더링, 리드 등 세 종목을 합산해 순위를 결정한다. 서채현은 16세에 데뷔하자마자 국제대회 리드 부문을 싹쓸이했다. 2019년 월드컵 리드 종목에서 4회 연속 우승하며 리드 종목 세계랭킹 1위에 올랐다. 1일 전화 인터뷰에서 서채현은 “7월쯤 되면 올림픽에 나간다는 실감이 날 것 같다. 진천선수촌에 들어가서도 들뜨지 않고 잘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리드 한 종목만 열린다면 금메달은 서채현이 유력하다. 하지만 올림픽은 3종목 성적을 합산해 메달 색깔이 갈린다. 스피드와 볼더링도 잘해야 한다. 올림픽에서 스피드와 볼더링이 열린 뒤 리드가 가장 마지막에 펼쳐진다. 서채현은 “리드 종목에서 마지막 순서로 나서는 것이 가장 편하다. 스피드와 볼더링 순위에 따라 리드 순서가 결정되기 때문에 나에게는 조금 불리한 면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최대한 스피드와 볼더링에서 좋은 성적을 내고 리드에서 승부를 걸 생각이다. 7세 때부터 암벽에 매달린 그는 “매일 3시간은 웨이트 훈련, 4시간은 클라이밍 훈련을 하고 있다. 파워를 끌어올리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첫 올림픽 출전에 성적 부담까지 겹칠 법하지만 그는 올림픽을 최대한 즐기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부모님이 올림픽 참가를 영광으로 느끼고 즐겁게 치르고 오라고 한다. (김)자인이 언니도 ‘부담을 지워라’고 말해줬다. 결과와 상관없이 ‘후련하게 잘했다’는 표정을 짓고 싶다.”
그의 아버지 서종국 씨는 아이스클라이밍 국가대표다. 어머니 전소영 씨도 암벽 및 빙벽 등반에 모두 능한 클라이머 출신이다. ‘암벽 여제’ 김자인과는 어렸을 때부터 절친한 언니이자 존경하는 선배로 인연을 맺었다. 클라이머로 특별한 유전자를 지닌 그는 “올림픽을 앞두고 심리 상담도 받았는데 ‘운동선수로 아주 건강한 심리를 가졌다’는 말을 들었다”며 웃었다.
그는 고생해준 열 손가락이 있기에 넘을 수 없는 벽은 없다고 믿는다. 믿는 김에 메달의 행운도 같이 잡아줬으면 한다.
“암벽을 타면 손가락 피부가 잘 벗겨지고 화상 입은 것처럼 상처가 나거든요. 늘 연고를 바르고 비닐장갑을 끼고 잠이 드는데 올림픽을 앞두고는 새살이 더 빨리 돋아났으면 하네요. 손가락아! 고생 좀 더 해줘.”
스포츠 클라이밍은…
△정식 종목 채택: 도쿄 올림픽에서 처음
△금메달 개수: 2개(남녀 콤바인)
△경기 방식: 스피드(안전벨트 착용하고 15m 높이의 경사 벽을 더 빠르게 오르는 종목), 볼더링(4분 안에 5m 높이의 암벽 루트 중 더 많은 코스를 완등하는 종목), 리드(벨트 착용 후 15m 높이의 암벽을 6분 안에 가장 높이 오르는 종목) 등 세 종목을 합산해 순위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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