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자오픈 우승으로 ‘민지천하’ 통산 9승째… 메이저대회는 처음
시즌 9개 대회 출전해 5승 거둬… 2007년 신지애 9승 기록 깰수도
박현경과 4차례 공동선두 접전… 18번홀 세컨드 샷, 드로 걸려
홀 컵 1.1m 앞 붙어 버디 성공
대회 전체 72홀 가운데 71홀이 끝났을 때도 우승 트로피의 주인공은 예측불허였다. 이틀 동안 치열한 선두 경쟁을 펼치던 박민지(23·NH투자증권)와 박현경(21·한국토지신탁)은 공동 선두로 마지막 18번홀(파4)에 나섰다. 박민지의 티샷이 페어웨이를 지킨 반면 박현경은 왼쪽으로 당겨져 깊은 러프에 빠졌다.
박민지는 138m를 남기고 7번 아이언으로 한 세컨드 샷을 컵 1.1m에 붙여 버디를 낚았다. 티샷 실수로 표정이 굳어진 박현경은 레이업을 한 뒤 3온 2퍼트로 보기를 했다. 화려한 피날레로 박민지가 생애 첫 메이저 타이틀을 안는 순간이었다. 경기 후 박민지는 “안전하게 중계탑을 보고 그린 중앙을 공략하려 했는데 미스 샷이 나면서 살짝 드로가 걸렸다”면서 “(의도와 달리) 공이 핀을 향해 가면서 해저드만 넘어가라고 했는데 함성 소리가 나 짜릿했다. 그 샷에 인생을 걸어보려 했는데 운이 좋았다”며 웃었다.
‘민지천하’ 박민지가 DB그룹 제35회 한국여자오픈에서 정상에 섰다. 박민지는 20일 충북 음성 레인보우힐스CC(파72)에서 열린 최종 4라운드에서 버디 5개, 보기 3개로 2타를 줄이며 최종 합계 17언더파 271타를 기록했다. 2위 박현경을 2타 차로 제치며 시즌 다섯 번째이자 두 번째 2주 연속 우승을 차지했다.
시즌 전체 32개 중 10개 대회(출전은 9회) 만에 5승으로 최단 기간 5승 기록도 세웠다. 종전 기록은 ‘남달라’ 박성현이 2016년 세운 12개 대회. 또 우승 상금 3억 원을 추가하며 최단 기간 상금 9억 원 돌파(약 9억4800만 원) 기록도 썼다. 대회 54홀 최저타 신기록(15언더파)과 대회 72홀 최저타 타이기록 등도 쏟아냈다. 다승, 상금, 대상 포인트뿐 아니라 평균 타수(69.5타)에서도 1위가 됐다.
박민지는 “이제는 반 이상 왔으니 최선을 다하겠다”며 2007년 신지애가 세웠던 시즌 최다승(9승) 기록을 정조준하기 시작했다.
이번 대회는 선후배인 박민지와 박현경의 2인 대결 구도였다. 한 타 앞선 채 4라운드를 맞이한 박민지는 이날 박현경과 네 차례 공동 선두에 오를 정도로 접전을 치렀다. 박민지는 가장 쉬운 16번홀(파5) 보기가 아쉬웠다.
하지만 3라운드에서도 10.4m 버디 퍼팅을 적중시킨 18번홀이 박민지에게는 이틀 연속 잊지 못할 기억을 남기게 됐다
2주 연속 우승(박민지)과 준우승(박현경)으로 엇갈린 두 선수의 인연도 주목받았다. 2016년 당시 보영여고 3학년이던 박민지는 함열여고 1학년 박현경, 학산여고 2학년 최혜진(22·롯데)과 함께 멕시코에서 열린 세계 여자 아마추어 골프 팀 선수권대회에서 우승을 합작했다. 이 대회 우승으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정회원 자격을 얻은 박민지와 박현경은 기쁜 마음에 당시 서로의 이름 뒤에 ‘프로’라는 호칭을 붙여 부르며 꿈을 키웠다.
둘은 경기 용인의 같은 아파트 단지에 살며, 같은 트레이닝 전문 업체(팀 글로리어스)의 지도를 받고 있기도 하다. 세계랭킹 1위 고진영(26)을 롤모델로 삼고 있다는 것도 공통점이다. 박민지는 “어제부터 오늘까지 36홀 동안 현경이만 신경 썼다”며 “현경이가 어드레스 하면 내가 긴장하고 내가 어드레스 하면 현경이가 긴장할 정도였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경기 전 식사한 게 체해 너무 힘들었다. 바나나를 먹어도 속이 안 좋았다”고 말한 박민지는 다음 주 열리는 BC카드·한경 레이디스컵은 불참하고 휴식을 취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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