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만 달러(약 11억 4000만 원)가 걸린 승부 앞에서도 피트 알론소(27·뉴욕 메츠)는 긴장 하나 없었다. 오히려 야구장에 울려 퍼지는 음악에 맞춰 계속 몸을 흔들었다. 보너스 1분 중 30여 초를 남겨놓고도 우승을 확정짓는 23번째 홈런을 친 알론소는 자신의 별명(북극곰)처럼 가슴을 두드리며 포효했다. 켄 그리피 주니어(1998, 1999), 요에니스 세스페데스(2013, 2014)에 이어 역대 세 번째 2시즌 연속 홈런더비 챔피언이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알론소가 13일 미국 콜로라도 주 덴버 쿠어스필드에서 열린 2021 메이저리그(MLB) 올스타전 홈런 더비에서 챔피언이 됐다. 알론소는 1라운드에서 캔자스시티 살바도르 페레즈(35-28), 2라운드 워싱턴 후안 소토(16-15)를 꺾은데 이어 결승전에서도 23개의 홈런을 치며 볼티모어 트레이 만시니(22개)를 제치고 정상에 섰다. 신인이던 2019년에 이어 2시즌 연속 홈런더비 우승자가 됐다. 지난해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올스타전이 열리지 않았다.
시즌 17홈런으로 전체 8명의 참가자 중 5번 시드를 받은 알론소는 1라운드에서만 35홈런으로 신기록을 세우며 기선을 제압했다. 만시니와의 결승전에서도 최대 비거리 509피트에 최대 타구속도 117마일의 홈런을 만들어내며 제한시간 3분(2분+보너스 1분) 중 약 30초를 남기고 우승을 확정했다. 지난해 대장암 수술을 받고 그라운드로 돌아온 만시니도 22홈런으로 분전했지만 끝내 알론소를 넘지 못했다. 알론소는 더비 뒤 “내가 지구상의 최고 파워 히터라고 생각한다. 팬들을 위한 즐거운 쇼를 하는 내 꿈이 이뤄졌다”고 소감을 밝혔다.
‘투수들의 무덤’으로 불리는 쿠어스필드에서 열린 홈런더비답게 이날 후안 소토는 이날 1라운드에서 520피트 홈런으로 홈런더비 비거리 신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2016년부터 공식 데이터 측정이 시작된 이후 2017년 뉴욕 양키스의 애런 저지가 세운 513피트 기록을 뛰어넘었다. 해발 1600m의 고지대에 위치한 쿠어스필드는 다른 야구장에 비해 타구가 더 멀리 나가 평소 공인구에 습기를 먹여 사용하지만 이날만큼은 화끈한 홈런쇼를 위해 습기를 먹이지 않았다.
한편 MLB 전체 홈런 1위(33개)로 기대를 모았던 일본인 타자 오타니 쇼헤이(LA 에인절스)는 1라운드 문턱을 넘지 못했다. 소토와의 1라운드 승부에서 22개, 1차 연장에서 6개로 동률을 기록한 오타니는 2차 연장에서 패해 탈락했다. 단 3차례씩 스윙 기회가 주어지는 2차 연장 소토는 홈런 3개에 성공한 반면, 오타니는 첫 시도에서 땅볼을 치며 물러났다. 그러나 아쉬움을 풀 기회는 있다. 14일 같은 장소에서 열리는 올스타전에 오타니는 아메리칸리그(AL) 선발투수이자 1번타자로 출전한다. 규정대로라면 AL 올스타는 지명타자 자리를 포기해야 하지만 MLB 사무국은 오타니가 마운드에서 내려온 뒤에도 지명타자로 출전할 수 있도록 룰을 변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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