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올림픽을 앞두고 일본 농구가 난리가 났다. 세계 최강 미국 농구 대표팀에 초점을 맞췄던 언론들은 최근 자국 남자 농구 대표팀을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다.
미국프로농구(NBA)에서 활약 중인 하치무라 루이(23·워싱턴) 때문이다. NBA 정규리그를 마친 하치무라가 합류한 일본은 16일 평가전에서 벨기에를 87-59로 대파하더니 세계 7위이자 도쿄 올림픽 우승 후보인 프랑스도 18일 81-75로 격파했다. 2019년 농구월드컵 8강에서 미국을 꺾기도 했던 프랑스는 2020~2021시즌 NBA 정규리그 리바운드 2위와 블록슛 1위를 차지한 루디 고베르(유타)를 비롯해 니콜라스 바텀(샬럿), 에반 포니에(보스턴) 등 NBA 주전급 선수들이 포진해 있다. 벨기에전에서 24득점, 프랑스전에서 19득점을 올린 하치무라를 축으로 일본은 완전히 다른 팀이 됐다.
한국(30위)보다 랭킹이 훨씬 낮은 일본(42위)이 프랑스를 눌렀다는 것에 한국 농구인들도 충격적이라는 반응이다. 한국은 도쿄올림픽 최종 예선에서 베네수엘라(20위)와 리투아니아(10위)를 맞아 한계를 절감했다. U-19 청소년 대표 시절 농구 월드컵에서 하치무라와 경기를 해봤던 양재민(22·신슈 브레이브스)은 “일본이 프랑스를 이긴다는 건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내 농구를 다시 되돌아보게 한다”고 말했다. 일본 후쿠오카 오호리고교에서 인스트럭터를 맡아 전국구 팀으로 올려 놓았던 이상범 DB 감독은 “전국대회 결승을 하는데 상대 팀에 하치무라가 있었다. 나중에 큰 물건이 되겠다 싶었다”며 이런 성장은 예견된 것이라고 했다.
하치무라는 베넹 출신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이다. 일본에서 자라 고교 때까지 기본기를 다진 뒤 미국 곤자가 대학에 입학한 뒤 꽃을 피웠다. 2019년 NBA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로 워싱턴에 지명되면서 일본 농구의 역사를 새롭게 쓰고 있다. 운 좋게 나온 자원이 아니라 일본농구협회의 치밀한 정책과 투자가 만든 ‘괴물’이다. 한 농구인은 “오래 전부터 한국은 일본이 ‘교과서적 농구’를 한다고 낮게 봤다. 일본이 투자를 하고 선수를 내보내도 우리는 정신력으로 이길 수 있다며 제 자리에 머물렀다. 그 대가는 긴 부러움으로 바뀔 것”이라고 했다. ‘교과서’ 타령하다 축구가 한 번 당했고, 농구도 뒤집힐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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