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팬데믹은 인류가 집착해온 ‘인간중심 성장지상주의’에 경고를 보내며 인간 사회의 모든 것을 바꾸고 있다. 그동안 인류는 인간이 지구의 주인이라고 생각하며 경제적 무한 성장을 최고의 가치로 여겨 왔다. 경쟁에서 낙오되는 사람들과 파괴되는 환경을 뒤로한 채 오로지 앞만 보고 달려온 인류가 코로나 바이러스라는 돌부리에 걸려 넘어져 피 흘리며 대혼란을 겪고 있는 것이다. 이 시점에서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코로나 팬데믹 이후에 우리의 생각과 행동이 과거로 완전히 돌아가지는 못할 것이고, 모든 분야가 새롭게 진화하게 될 것이라는 사실이다.
124년 올림픽 역사상 처음으로 연기되었던 2020 도쿄 올림픽이 이틀 후면 무관중으로 개최된다. 전 인류가 전대미문의 전염병과 사투를 벌이는 와중에 어렵게 개최되는 이번 올림픽을 계기로 한국 스포츠도 과거를 돌아보고 새로운 미래를 모색해야 한다.
과연 한국 스포츠는 어디쯤 서 있을까? 대한체육회가 발족된 1920년은 일제강점 아래에서 온 국민이 신음하던 엄혹한 시절이었다. 그 이후 질곡의 한국 현대사와 궤를 같이한 스포츠는 어려울 때마다 국민들에게 위로와 희망, 기쁨을 주었다. 한국 경제가 압축성장하는 동안 한국 스포츠도 압축성장했다. 정부는 국위선양을 위해 소수 엘리트선수를 집중 지원했고, 그 결과 국제무대에서 스포츠강국으로까지 인정받게 됐다.
하지만 그만큼 그늘도 컸다. ‘성적지상주의’라는 또 다른 양적 성장지상주의에 갇혀 인권과 도덕과 윤리가 안으로부터 무너지고 있었고 스포츠계는 이를 덮기에 급급했으며, 정부와 일반 시민은 스포츠계의 혁신 자체에는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최순실 국정농단사건, 심석희 선수의 성폭행 피해사건, 최숙현 선수 자살사건 등 한국 스포츠의 어두운 그늘이 드러났는데도 정부와 스포츠계는 국민에게 와 닿는 새로운 청사진을 제시하지 못했다.
윤리의식과 혁신의 부재는 곧바로 위기로 연결된다. 이미 한국 스포츠는 인재와 재정이라는 두 가지 핵심 자원 측면에서 실존적 위기에 직면해 있다. 대한체육회와 스포츠단체의 재정자립도는 턱없이 낮을 뿐 아니라 선수 수는 거의 모든 종목에서 인구 감소 속도보다 더 빠르게 줄고 있다. 귀한 자식을 인권이 보호되지 않는 분야로 내보낼 부모는 세상에 없다. 재정적으로도 우리 사회의 보편적 윤리 기준에 역행하는 곳은 기업의 후원을 기대하기 어렵고 정부의 세금 지원도 받을 수 없다.
이제 한국 스포츠는 패러다임의 전환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한계 상황에 이르렀으며, 공교롭게도 코로나 팬데믹이라는 미증유의 또 다른 난관 속에 새로운 100년을 맞이했다. 정부와 스포츠계는 다음 100년을 향한 가슴 떨리는 담대한 비전과 전략을 준비해야 한다. 인간의 정체성이 흔들리는 인공지능 시대에 인간의 몸을 움직이는 스포츠의 존재가치는 무엇인지, 그런 가치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거버넌스와 시스템을 어떻게 바꾸어야 하는지 근본적으로 묻고 고민하고 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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